ML 올스타의 ‘용두사미’, 환상 데뷔→PS 벤치 신세 굴욕 [WC1]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20.11.02 05: 10

키움 히어로즈 러셀(26)은 명예 회복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키움은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외국인타자 러셀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우천으로 경기는 취소됐지만 2일로 연기된 경기에서도 러셀이 선발 라인업에 포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키움이 러셀을 영입할 때만해도 그를 향한 기대는 엄청났다. 2016년 내셔널리그 올스타, 월드시리즈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러셀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은 키움팬 뿐만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키움 러셀. /sunday@osen.co.kr

지난 7월 28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러셀은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1사구로 활약하며 기대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공수양면에서 활약이 기대됐다. 
러셀은 8월까지 27경기 타율 3할1푼7리(101타수 32안타) 1홈런 16타점 OPS 0.792를 기록하며 좋은 페이스를 유지했다. 기대만큼의 성적은 아니었지만 KBO리그 적응을 마치면 더 좋은 타격을 보여줄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수비에서 조금씩 실책이 나오면서 러셀의 입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러셀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보여준 유격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키움에 오기 전까지 실전 경기를 뛰지 못하고 개인훈련만 소화했다. 이 때문에 실전 감각이 크게 떨어졌다.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탓인지 경기를 치를수록 쉬운 타구와 루틴 플레이에서 종종 실책이 나왔다. 러셀은 점점 유격수가 아니라 2루수로 나서는 경기가 늘어났다. 수비에서의 아쉬움은 타격 부진으로 이어졌다. 8월 이후 성적은 38경기 타율 2할1푼(143타수 30안타) 홈런 15타점 OPS 0.55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키움은 러셀을 살리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시즌 막판에는 그냥 휴식을 주는 강수를 뒀다. 이 덕분인지 러셀은 시즌 마지막 2경기는 4타수 2안타 1볼넷으로 마무리했다.
그렇지만 키움은 결국 중요한 순간에서는 러셀을 신뢰하지 못했다. 한 경기만 패해도 탈락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러셀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것이다. 
김창현 감독대행은 “러셀의 컨디션이 안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수비를 중점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기로 했고, 박병호-김혜성-김하성-전병우로 구성된 내야진이 가장 수비가 탄탄하다고 판단했다”고 러셀의 제외 배경을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러셀은 수비에서 김혜성, 김하성, 전병우 등에 밀린 셈이다.
러셀은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커리어를 쌓아온 선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름값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을, 러셀은 명예 회복을 위한 기회조차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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