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처럼 행복한 은퇴 이동국, '굿바이 라이언킹' [오!쎈 현장]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0.11.02 05: 24

#이동국의 선발이 결정된 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김민종의 ‘어느날’도 등장했다. 이동국의 애창곡이다. ‘어느날’은 ‘눈이 부신 햇살에 잠이 깨인 어느 날. 내가 원한 모든게 내 눈앞에서 펼쳐질거야. 황혼 빛의 먼훗날, 바람을 안고서서 나의 지난 인생을 웃으며 말할 그 날까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나를 위해서, 이젠 깨어나야해, 더 늦기 전에’로 마무리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던 상황에서 이동국은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사랑하는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고 선수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동국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2020 K리그1 27라운드 대구 FC와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이날 이동국은 모든이들의 축하를 받으며 행복하게 은퇴했다. 전북은 이동국의 은퇴를 축하하는 것처럼 우승을 거뒀다. 4연패와 8회 우승 달성도 기록했다. 
이날 맞대결 상대인 대구는 잊을 수 없는 팀이다. 전북 이적 후 첫 골을 기록한 상대였다. 2009년 전북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동국은 2라운드 대구에서 혼자서 2골(페널티킥 1골 포함)을 뽑아내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터진 득점은 이동국의 전북 데뷔골이었다.
이동국은 대구전에서 데뷔골의 기쁨도 맛봤지만, 자신의 프로통산 1호 퇴장까지 경험했다.
'제2의 전성기'의 시초가 된 전북에서 이동국의 첫 득점과 첫 퇴장의 상대가 대구였고, 공교롭게도 현역 생활을 끝내는 마지막 경기 상대도 대구가 됐다. 
대구전에 선발로 출전한 이동국은 K리그 통산 548경기로 현역생활을 마무리 했다. 
이동국은 이날 경기서도 은퇴를 앞둔 선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은퇴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정신이 나태해지는 것이 문제였다”라고 말했던 이동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로써 이동국은 K리그 통산 228골 77도움을 올렸다. 이동국은 K리그 역대 최다 득점, 최다 공격포인트(305개)에서 1위에 올라 있고, K리그 최초의 70-70클럽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출전 경기 수는 김병지(706경기)에 이어 통산 2위지만,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플레이어 중에서는 독보적인 1위다. 
또 기록 뿐만 아니라 이동국의 내딛는 발걸음은 한국 축구의 유례없는 기록이다. 이동국은 1998년 아시아 U-19 청소년 선수권을 시작으로, 이듬해 FIFA U-20 월드컵에 이어서 아시안게임(2회), 올림픽(1회), 아시안컵(3회), 월드컵(2회)에 잇따라 참가했다. 전북 소속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까지 참가했다. 역대 한국 선수 중 FIFA와 AFC가 주관하는 메이저 대회에 이렇게 빠짐없이 참가한 것은 이동국이 유일하다.
이동국은 "은퇴를 하는 날에 우승컵까지 들고 생각했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기장에 나갈 때 음악이 벨소리와 똑같아서 울컥했다. 경기 중 기립 박수를 보내주셔서 또 감동을 받았다. 끝까지 시상식과 은퇴식을 봐주시고, 유니폼을 많이 흔들어주셨다. 유난히 제 유니폼이 많았다. 그 세 장면에서 가슴이 찡했다"며 끝까지 함께한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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