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주의 버린 한화, 비정한 단장 자처 "속상하고 힘든 시간이지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1.07 05: 47

한화그룹의 과거 사훈은 신용과 의리였다. 야구단은 한화그룹의 어느 계열사보다 사훈을 잘 실천해왔다. 오랜 기간 팀에 몸담은 선수와 코치들을 홀대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잘 챙겨줘 지나친 온정주의로 비쳐질 때도 있었다. 지난 몇 년간 나름대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온정주의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랬던 한화가 돌변했다. 창단 첫 10위 추락 충격 속에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대대적인 리빌딩을 시작했다.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이 은퇴한 가운데 방출 선수만 시즌 중 9명, 시즌 후 11명으로 무려 20명에 달한다. 지난 1월 보류 선수 등록 기준으로 선수단 평균 연령이 28.5세로 가장 나이 든 팀이었던 한화는 작심하고 베테랑들을 대거 정리했다. 여기에 9명의 코치들과도 재계약을 포기하며 팀을 완전히 갈아엎고 있다. 
그 중심에 정민철(48) 한화 단장이 있다. 박정규 대표이사가 지난 9월초 사임한 뒤 두 달째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인 한화는 신임 감독도 선임되지 않았다. 정민철 단장이 홀로 전면에 나서 주도적으로 개편 작업을 이끌고 있다. 온정주의를 버린 비정한 단장이 된 것이다. 

정민철 한화 단장 /rumi@osen.co.kr

방출 선수 중에는 주장 이용규뿐만 아니라 송광민, 최진행, 안영명, 윤규진 등 한화에서 15년 넘게 팀에 머문 프랜차이즈 선수들도 있었다. 재계약 불가 코치 중에는 정 단장과 함께 한화의 영구결번 레전드인 장종훈 육성군 총괄코치와 송진우 1군 투수코치도 포함됐다. 
최진행이 선제 우월 솔로포를 날리고 코칭스태프의 축하를 받고 있다. /dreamer@osen.co.kr
한화 선수와 코치 출신으로 그라운드를 함께 누볐던 선후배들에게 냉정한 결정을 했다.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한 채 비즈니스로 접근한 정 단장과 구단은 일찌감치 팀 쇄신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재창단에 가까운 리빌딩으로 노선을 결정했다. 그야말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쇄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 단장은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변화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팀이다. 갑작스런 결정은 아니다. (그동안 구단에서) 계속 논의하고 계획했다. 기존 선수들과 같이 도전했지만 쭉 하위권에만 맴돌았다. 그게 한계라면 노선을 바꾸는 게 맞다”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의 변화라 그룹 윗선 개입설도 나오지만 정 단장은 “제가 생각해서 한 것이다”며 “단기간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니다. 계속해서 팀의 반등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미래 가치에 맞을지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제일 힘든 시간이다”는 말로 인간적인 고뇌도 드러냈다. 
경기 종료 후 한화 선수들이 인사를 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나가고 있다. /sunday@osen.co.kr
정 단장의 이 같은 결정은 새로운 감독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기 위한 사전 조치이기도 하다. 다음주 신임 대표이사 선임 이후 새 감독이 결정될 전망이다. 9일부터 대전과 서산으로 나눠 시작하는 마무리캠프는 남은 코치들이 이끈다. 감독뿐만 아니라 신임 코치 영입 작업에도 착수해 개혁을 이어간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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