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막내구단들의 가을야구 첫 경기에 여러모로 닮은 점이 있다. 9구단 NC 다이노스와 10구단 KT 위즈의 창단 첫 가을야구 선발 투수는 모두 토종 투수들이다.
2014년 1군 진입 2년 만에 정규시즌 3위에 오르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NC는 창단 첫 가을야구 선발 투수로 토종 이재학을 선택했다. 이재학의 정규시즌 성적은 10승9패 평균자책점 4.21. 2013년 신인왕을 받았고 NC의 토종에이스였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국내 투수가 좋은 모습으로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재학을 선발로 쓰게 됐다”고 말했다. 가을야구 첫 경기에 팀의 토종 에이스라는 상징성까지 더한 결정이었다. 물론 당시 준플레이오프 상대였더 LG전에서 5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2.59로 강했던 점도 고려를 했다.

다만, 외국인 선발 3인방 찰리 쉬렉(12승8패 ERA 3.81), 에릭 해커(8승8패 ERA 4.01), 태드 웨버(9승 6패 ERA 4.58) 대신 토종 선발 투수를 내세웠던 결정에 갑론을박이 일었고 결과 역시 좋지 않았다.
이재학은 첫 경기 ⅔이닝 4피안타 1볼넷 5실점으로 1회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며 팀의 창단 첫 가을야구 경기에서 고개를 숙였다.
6년 뒤, KT 위즈도 창단 첫 가을야구를 치르게 됐다. 그리고 첫 경기의 선택은 NC와 같았다.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신인 소형준이 마운드에 오른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 등 외국인 선발 투수들이 아니었다.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이 중요한 경기에서도 흔들림이 없더라. ‘이 친구가 되겠구나’ 싶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투수파트와도 논의했는데 99% 소형준이었다. 소형준의 컨디션이 좋고 가장 낫다고 평가했다”면서 “지금까지 두산을 상대로도 가장 강했다”며 소형준을 낙점한 배경을 전했다.
올해 26경기 13승6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며 신인왕 트로피에 사실상 자신의 이름 석자를 거의 새겨놓은 소형준이다. 또한 두산을 상대로는 6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2.51의 호성적을 남겼다. 6년 전 NC의 선택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KT의 결정이기도 하다. 상징성이라는 의미에 현실적인 조건까지 고려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가을야구 무대는 정규시즌과는 또 다르다. 경기장의 공기, 포스트시즌만이 만드는 특별한 분위기, 집중력 등 유무형적 조건들이 정규시즌과는 차원이 다른 무대다. 또한 소형준이 두산을 상대로 강했다고 하지만 가을야구 베테랑인 두산 타선이 소형준을 상대로 절치부심해서 나올 수도 있다.
과연 소형준은 6년 전, NC의 가을야구 첫 무대에서의 이재학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며 파격을 돌풍으로 이끌 수 있을까.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