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의 우승 반지’ 권혁의 19년 “삼성-한화-두산, 모든 순간이 소중하네요” [오!쎈 인터뷰]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20.11.09 13: 22

“데뷔전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모두 소중한 기억이네요.”
권혁(37・두산)은 최근 구단에 은퇴 의사를 전했다. 19년 만에 새로운 도전을 앞두게 됐다.
2002년 1차 지명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은 권혁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두 자릿수 홀드를 삼성 왕조를 이끌었다.

2014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뒤 한화 이글스와 4년 총액 32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한화에서도 그는 불펜 핵심으로 활약했고, 2018년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함께 하기도 했다.
한화와의 4년 동행을 마치고 자유 계약 선수가 된 그에게 두산이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57경기에서 2승 2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하며 두산의 통합 우승을 함께 했다.
프로 19년 동안 권혁이 남긴 성적은 781경기 874이닝 58승 47패 32세이브 159홀드. 현역 선수 통산 홀드 1위,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또한 포스트시즌 39경기 출장으로 이혜천(NC, 46경기)에 이어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출장 2위에 이름을 올렸다.
# "모든 순간이 소중하네요." 
묵묵하게 팀의 불펜을 지켜왔던 권혁은 스스로에 대해 "화려하지는 않았던 투수"라고 겸손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공을 던지는 것을 좋아했던 선수"라고 자부했다.
정든 마운드를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역시 몸 상태였다. 그는 "사실 나이가 있어서 던질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다. 다른 부상은 감당하겠지만, 무엇보다 어깨가 좋지 않았다"고 어려운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은퇴 결정을 내린 순간. 자신의 19년에 대해 떠올렸다는 권혁은 "모두 생생했다. 프로 데뷔 첫 경기부터 100홀드를 했던 순간 등 기억 나는 순간이 참 많았다"고 돌아봤다.
# 시작, 기회, 마지막
삼성과 한화 그리고 두산을 거치면서 권혁에게는 소중한 인연을 맺게 했다. 권혁은 "삼성이라는 팀은 입단하기 전부터 좋은 선배들, 좋은 지도자들이 계셨다. 받은 게 많은 팀이고, 내 이름 두 글자를 알렸던 팀이다. 대구에서 자랐던 만큼 많은 의미가 있는 팀"이라고 밝혔다.
FA 계약과 함께 변화를 맞은 한화 역시 의미가 컸다. "선수로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기회를 줬던 팀"이라고 운을 뗀 그는 "다시 한 번 신나게 던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팬들도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셨고, 좋은 기억이 참 많다"고 이야기했다.
선수 생활을 정리한 두산에는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는 "마지막에 손을 내밀어준 팀이다. 사실 두산에 와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은퇴에 대해 생각은 하지만 현실로 느끼기는 힘든데, 생각했던 부분 이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라며 "김태형 감독님을 비롯해서 팬들에게도 더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돌아봤다.
3개의 팀을 거쳐오며 함께 호흡했던 지도자들에게 권혁은 "모두가 감사드린다. 입단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지도자분을 만났는데, 모두 고마운 분"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6개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에 대해서는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권혁은 "우승이라는 것은 기분이 좋다. 내가 활약했다기보다는 좋은 동료를 만났고, 그 팀의 일원으로 했다는 것이 영광스럽다. 은퇴 시점에서 돌아보니 이렇게 우승 반지를 안고 간다는 것이 큰 복인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정든 프로야구 마운드를 떠나는 기분은 어떨까. 많은 공을 던졌던 만큼 그는 "아쉬운 것은 없다. 후련하다"고 웃었다. 권혁은 "할 만큼 했던 것 같다. 물론 실수도 있고, 잘못된 경기력으로 인해서 아쉬웠던 순간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의미가 있던 것 같다. 다 소중하다. 어떤 한 부분을 가지고 아쉽다, 좋았다고 하기보다는 나에게는 소중했던 순간으로 남았다"고 이야기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권혁은 "글쎄요"라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내 "선수는 그만두지만 야구는 계속하고 싶다. 가장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야구와 함께하고 싶다"고 답했다.
# Thanks to. 팬, 가족, 그리고 자신
권혁은 "사실 은퇴 결심하고 구단에 전달한 것이 10월 경이었다. 발표 나기 전까지 무덤덤했다. 그런데 기사가 나고 연락도 받고 하니까 울컥하더라"라고 은퇴를 맞이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고마운 사람들을 한 명씩 떠올렸다. 그는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른 말보다 감사드린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고 싶다.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마운드에서 열심히 던졌다. 그 모습을 좋아해 주시고 응원을 해주셔서 나 역시 많은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묵묵하게 뒤에서 지지해준 가족에게도 마음을 전했다. 그는 "무던하게 옆에서 지켜준 아내에게 너무 고맙다. 부모님도 항상 믿고 지켜봐 주셨다. 오로지 제 걱정만 해줬다"라며 "그동안 내가 못했던 부분이 많은데 제가 이제 반대로 잘 하려고 한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19년 동안 마운드에서 버텨온 자신에게도 한 마디 부탁했다. 그는 "칭찬하고 싶은 것은 크게 탈없이 선수로서 지킬 수 있는 것을 잘 지켜왔고, 열심히 하면서 잘 버틴 것밖에 없는 것 같다. 잘 이겨내왔고, 고생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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