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마운드는 더할나위 없이 뜨거웠다. 두산 크리스 플렉센과 KT 소형준이 플레이오프 1차전 무대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그러나 두 투수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KT의 플레이오프 1차전. 양 팀 모두 가을야구 ‘초짜’들이 1차전의 중책을 맡았다. 두산 플렉센은 지난 4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6이닝 4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대역투를 펼쳤다. 첫 가을야구 무대를 휘저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 1차전에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올랐다.
플렉센은 4일 휴식 후 등판에도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KT 타자들에 정타의 타구를 거의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을 헛스윙으로 만들었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어 다시 한 번 150km 안팎의 강력한 패스트볼과 120km대의 낙차 큰 고속 커브를 바탕으로 연신 KT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렸다. 2회 2사 1,3루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심우준을 2루수 직선타로 처리하고 위기를 극복했다.
![[사진]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0/11/09/202011092126773218_5fa9376140b74.jpg)
이후 플렉센은 4회 1사 후 장성우를 유격수 실책으로 내보낸 것을 제외하면 7회 2사까지 모든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웠다. 5회말 조용호, 배정대, 심우준은 모두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위력을 떨쳤다. 7회 2사 후 박경수에게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맞이하는 듯 했지만 조용호를 8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솎아냈다. 그리고 2-0의 리드를 잡은 뒤 맞이한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1사 2,3루 위기를 만들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역투는 빛이 바랬다. 마무리 이영하가 결국 2사 만루에서 유한준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플렉센의 실점이 늘어났고 승리도 날아갔다. 7⅓이닝 108구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13승(6패)을 올리며 류현진(토론토) 이후 14년 만에 고졸 신인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던 소형준은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한 번 역사를 썼다. 역대 14번째 고졸 신인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을 갖게 됐다. 그것도 팀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의 첫 경기 선발 투수라는 막중한 중책을 맡았다. 그러나 소형준은 긴장하지 않았다. 고졸 신인을 떠나 플레이오프 1선발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소형준은 1회 선두타자 정수빈을 유격수 실책으로 내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3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이후 4회 2사까지 11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했다. 고졸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마운드 운영이 돋보였다. 4회 2사 후 김재환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줬지만 이후 허경민도 범타로 돌려세워 위기를 극복했다. 6회까지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끈 소형준이었다.
그러나 7회부터 조금씩 힘에 부치는 기색이 역력했다. 타구가 모두 정타로 뻗어나갔다. 1사 후 허경민의 타구는 좌측 담장 상단을 맞고 떨어졌지만 좌익수 조용호의 2루 보살로 아웃카운트를 추가했다. 2사를 잡았지만 박세혁에게 우전안타, 김재호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2사 1,2루 위기를 맞이했고 공을 주권에게 넘겼다. 소형준은 포수 장성우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주권 역시 소형준이 만든 위기를 확산시키지 않았다. 오재원을 삼진으로 솎아내 위기를 극복했다. 소형준은 6⅔이닝 100구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자신의 가을야구 첫 등판을 마무리 지었다.
플렉센과 소형준은 모두 마운드를 지배했디. 두 선수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득점 상황들이 발생한 것이 단적인 장면이었다. 비록 두 선수 모두 승리라는 결과물을 수확하지 못했지만 팀의 운명을 책임진 완벽한 호투들을 펼쳤다. 경기는 두산의 3-2 승리로 마무리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