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면 벌써 갔어야죠.”
한화는 9일 대전과 서산으로 나눠 마무리훈련을 시작했다. 신임 감독이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1군 선수들이 있는 대전 마무리캠프 현장은 당분간 최원호(47) 감독대행이 지휘한다. 시즌은 끝났지만 최원호 대행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올해 퓨처스 감독으로 시작해 6월부터 1군 감독대행으로 114경기를 이끌어온 최 대행은 “업무가 연장됐다. 대표이사님 자리가 공석이라 (감독 선임이) 결정되지 않은 듯하다. 새로운 대표이사님과 감독님이 오실 때까지 (정민철) 단장님께서 훈련 지휘를 맡아 달라고 해서 오늘(9일) 이렇게 나왔다”고 밝혔다.
![[사진] 최원호 감독대행-정민철 단장(왼쪽부터) /한화 이글스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0/11/09/202011092237775374_5fa95d1f188c2.jpg)
지난주 한화는 베테랑 선수들부터 코치들까지 무려 21명이 한꺼번에 팀을 떠났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분위기를 다잡고 훈련을 이끌어야 하는 임무가 최 대행에게 주어졌다. 언제 새 감독이 선임될지 모르지만 최 대행은 맡은 바 역할에 집중하며 내년 시즌 한화의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
시즌을 마친 팀들을 중심으로 코치진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최 대행의 거취도 관심을 모았다. 감독대행은 새 감독이 다른 이로 선임되면 팀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각종 악재에 시달린 팀을 잘 수습해 미래 기틀을 다진 최 대행의 지도력도 높은 평가를 받아 타팀들의 러브콜이 예상됐다.

하지만 최 대행은 후임 감독이 누가 되든 내년 시즌에도 한화에 남기로 결정했다. 최 대행은 “단장님과 얘기해서 내년에도 팀에 있기로 했다. 어떤 자리가 되든 팀에 남아 함께할 것이다”며 “떠났으면 벌써 갔어야 한다. 어디 안 간다. 다른 팀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 단장은 “최 대행님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분이다. 다른 팀에서도 탐낼 만한 지도자임에 확실하다. 올 시즌 대행으로 팀을 오래 이끄셨고, 우리 구단의 방향성을 잘 인지하고 계신다. 1년간 함께하며 선수단과도 유대관계가 많이 형성됐다”며 최 대행을 붙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원래 자리였던 퓨처스 감독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한화의 중장기 육성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 단장의 부름을 받고 한화에 온 최 대행이다. 갑작스럽게 1군 감독대행을 맡았지만 젊은 선수들을 발굴, 육성하며 팀의 미래를 밝혔다. 1년간 앞으로 표본이 될 데이터를 쌓으며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한 만큼 어느 자리에서든 한화의 리빌딩에 큰 힘이 될 것이란 기대.

물론 최 대행이 1군 정식 감독으로 승격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화는 지난 9월초 박정규 대표이사가 사임한 뒤 두 달 넘게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구단 내부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렸지만 그룹 재가를 받아야 할 대표이사가 공석이라 감독 선임이 미뤄지고 있다. 외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 대행도 차기 감독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