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들이 플레이오프 첫 경기부터 동반으로 난조를 보였다. 마무리 투수들을 보좌해야 할 난세의 영웅을 찾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두산과 KT는 지난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치열한 투수전의 경기를 펼쳤다. 두산이 3-2로 승리를 거뒀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하지만 승리를 거둔 두산, 패배한 KT 모두 1차전이 끝나고 같은 고민을 안게 됐다. 두산 마무리 이영하, KT 마무리 김재윤이 동반 난조에 빠진 것,

1차전 승리 투수가 된 이영하는 2-0으로 앞선 8회말 1사 2,3루 위기에서 선발 크리스 플렉센의 뒤를 이어 등판했다. 이영하는 첫 타자 강백호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로하스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2사 만루에서 유한준과의 승부를 택했지만 결국 2타점 동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이영하의 실점은 없었지만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다시 3-2로 리드를 잡은 9회에는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 지었고 승리 투수가 됐다.
두산 입장에서 8회의 상황은 플렉센과 이영하의 부담이 동시에 커진 교집합 지점이었다. 승리를 따내긴 했지만 단기전에서 믿을 수 있는 셋업맨의 부재가 아쉬운 대목이었다. 플렉센이 8회에 마운드에 올라오지 않았어도 됐고 이영하가 플렉센이 만든 위기 상황을 진화하기 위해 조기에 투입되지 않아도 됐다.
홍건희, 이승진 등 정규시즌 활약했던 영건 필승조들은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홍건희는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아직 포스트시즌에 등판하지 못했다. 이승진은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 모두 투입됐지만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당시 마무리 이영하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로 선발 자원인 최원준을 적극 활용했다. 박치국, 윤명준, 이현승 등이 있지만 이들보다는 선발진과 마무리에게 좀 더 부담을 지게 한 플레이오프 1차전의 선택이었다. 누군가는 불펜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줘야 이영하의 부담, 그리고 선발진의 부담까지 덜어질 수 있다. 악순환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KT 역시 고민의 지점은 마찬가지다. 1차전 소형준이 6⅔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그러나 불펜에는 정규시즌 31홀드로 홀드왕 타이틀을 따낸 주권 외에 믿을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결국 이강철 감독은 3차전 선발 예정인 윌리엄 쿠에바스를 불펜으로 투입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쿠에바스 승부수는 대실패로 귀결됐다. 위기에 올라온 마무리 김재윤도 실점을 억제하지 못하고 8회 적시타 2방을 허용했고 9회 실점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역시 김재윤의 부담을 덜게 하고 주권을 보좌할 수 있는 불펜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 잘해야 하지만, 단기전에서는 ‘난세 영웅’을 얻는 팀이 시리즈의 향방을 가져올 수 있다. 양 팀 불펜 모두 현재 난세 영웅의 등장을 기다려야 하는 시점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