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플렉센(26)이 '가을의 전설'을 향해가고 있다.
플렉센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7⅓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3-2로 승리했고, 플렉센은 승리를 잡지 못했지만, 1차전 MVP에 올랐다.
두 경기 연속 삼진쇼를 펼치면서 MVP를 잡았다. 지난 4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한 플렉센은 6이닝 동안 11개의 삼진을 잡으면서 무실점을 기록해 MVP에 올랐다.

최고 150km 중반을 기록한 직구와 낙차 큰 커브가 조화를 이루면서 타자들은 쉽사리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배트가 헛돌았다.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11탈삼진을 기록하면서 플렉센은 역대 최초 포스트시즌 두 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가을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떠올리게 하는 '에이스'의 모습이었다. 니퍼트는 포스트시즌 통산 17경기에 등판해 5승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하며 두산의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2015년의 가을의 모습은지금의 플렉센 모습과 닮았다. 부상으로 정규시즌에서 20경기 등판해 6승 5패 평균자책점 5.10에 그쳤지만,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26⅔이닝 무실점이라는 괴력투를 펼쳤다. 당시 두산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3위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지만, 니퍼트를 앞세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플렉센도 시즌 중반 발등에 타구를 맞아 약 두 달 정도 전력에서 이탈했다. 21경기 등판에 그쳤고 8승 4패 평균자책점 3.01의 정규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가을에 들어서자 플렉센은 더욱 강력해진 공을 던지면서 경기를 지배했고, 두산의 승리에 앞장섰다. 김태형 감독은 "지금 플렉센의 컨디션은 최고"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플렉센은 니퍼트와 한 차례 만났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시구자로 니퍼트가 나왔고, 플렉센과 니퍼트는 마운드에서 90도로 인사를 하기도 했다.
플렉센은 니퍼트가 떠오른다는 말에 "그렇게 이야기해줘 기분이 좋다. 두산 레전드인 니퍼트가 포스트시즌에서 했던 것을 따라가기 힘들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다보면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bellsto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