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축구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송주희 감독이 이끄는 경주한수원은 9일 경주황성3구장에서 개최된 ‘2020 WK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수원도시공사를 1-0으로 제압했다. 경주한수원은 정규리그 챔피언 인천 현대제철과 우승을 다툰다.
이날 경주는 쌀쌀한 날씨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3도에 불과했다. 선수들은 두터운 롱패딩을 걸치고 몸을 풀었지만, 컨디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워낙 중요한 경기다보니 플레이가 거칠어졌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경주한수원은 우월한 전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쉽게 골은 터지지 않았다. 수원도시공사도 필사적으로 수비를 펼쳤다. 국가대표 골키퍼 전하늘은 부상까지 불사하며 대단한 선방쇼를 보였다.
송주희 감독은 후반전 외국선수 이네스를 교체로 투입해 승부를 걸었다. 이네스가 활발하게 상대 진영을 휘저으며 드디어 골문이 열렸다. 후반 20분 나히가 올린 공을 서지연이 헤더로 마무리해 결승골을 터트렸다.
큰 경기에서 승리한 뒤 만난 송주희 감독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챔프전 진출보다 더 큰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송 감독은 “수원이 전에도 5-4-1을 들고 나왔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비해 나왔다. 승리해 기쁘지만 바로 다음 경기가 있다. 우리 최종목표는 우승이다. 그 전까지는 심기일전을 해야 한다”며 들뜬 마음을 추슬렀다.
이제 경주한수원은 인천 현대제철을 상대로 챔프전을 치른다. 현대제철은 ‘여자축구의 레알 마드리드’라고 불린다. 수문장 김정미, 수비의 핵 심서연, 미드필더 이민아, 공격수 정설빈 등 전 포지션에서 국가대표가 즐비하다.
하지만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경주한수원이 현대제철에 2승1무로 우위를 보였다. 경주한수원(17승3무1패, 승점 54점)이 승점 1점 차이로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지만 현대제철(18승1무2패)보다 패배는 더 적었다. 경주한수원이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한 상황이다.
송 감독은 “우리는 다행히 부상선수들이 거의 없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팀이 명문팀이 됐으면 좋겠다. 정규리그에서 2승1무로 앞선만큼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송주희 감독은 여성지도자로서 여성프로축구리그 첫 우승에 도전한다. 송 감독은 “제가 우승하면 첫 여성감독 우승이 된다. 굉장히 뜻 깊을 것이다. 나아가 경주한수원만의 팀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경주한수원과 인천현대제철의 챔프 1차전은 12일 경주황성3구장에서 열린다. 두 팀은 16일 인천남동구장에서 장소를 옮겨 최종 2차전에 돌입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