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가을의 끝자락에서 과거 왕조의 연승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로 질주하고 있다.
두산은 1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1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2승 째를 만들었다. 이로써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4승)부터 올해 준플레이오프(2승), 그리고 이날까지 포스트시즌 8연승을 질주했다.
두산은 올해 주축 선수 대부분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내야수 김재호, 오재일, 허경민, 최주환, 외야수 정수빈, 투수 유희관, 이용찬 등이 FA 신청 요건을 갖춘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이 기간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및 우승 3차례를 차지했던 멤버들이 의도하지 않게 이별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미 김현수(LG), 민병헌(롯데), 양의지(NC) 등이 앞서 FA 신분으로 떠났던 상황.

두산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마지막 멤버들마저 가까운 미래에 함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은 스스로도 마지막임을 암시하면서 올해 포스트시즌을 결연하게 임하고 있다. 1997년 미국프로농구(NBA)의 시카고 불스 왕조의 마지막 시즌의 슬로건인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을 연상시키고 있다.
두산의 ‘라스트 댄스’는 포스트시즌 강자들을 더욱 단결시켰고 상대보다 우월한 집중력을 그라운드에 뿜어내고 있다. 전날(9일)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경기 후반 몇 안되는 기회를 살리며 3-2 접전 끝 신승을 거뒀다.
전날의 기세를 이어서 두산은 다시 한 번 빛나는 집중력으로 첫 가을야구를 치르는 KT를 잠재웠다. 두산은 2회초 박세혁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만들었고 3회초에는 김재환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했다. 이어진 3회말 KT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5회초 김재환이 다시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 4-1의 리드를 만들었고 타선의 흐름을 주도했다.
수비에서는 중견수 정수빈, 3루수 허경민, 2루수 오재원이 최고조의 집중력을 과시하며 KT의 기회를 차단했다. 2회말 무사 1루에서 장성우의 타구를 정수빈이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내 안타를 지웠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는 허경민이 심우준의 타구를 영리하게 처리하면서 병살타로 이닝을 종료시켰다. 4회말 2사 2루에서는 오재원이 조용호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걷어내 실점을 막았다. 내야안타가 됐지만 이후 상황에서 실점이 나오지 않았기에 천금의 수비가 됐다.
공수의 집중력은 극에 달했다. 벤치에서는 선수들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였다. 선발 최원준이 3회 로하스에게 홈런을 허용하자 곧장 김민규를 투입시켜 흐름이 넘어가는 것을 막았고 이후 위기 때마다 투수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면서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선수들과 벤치의 단결력이 결국 최고조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이날 두산의 포스트시즌 8연승은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연승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 과거 현대가 1998년 한국시리즈 6차전부터 2000년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8연승을 달렸고, 두산이 2015년 한국시리즈 2차전부터 2016년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8연승을 달린 바 있다.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만 8연승만 두 번 달성한 팀이 됐다.
그리고 이제 내친김에 올해 플레이오프 3전 전승 및 포스트시즌 9연승으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한다. 포스트시즌 9연승이 현재 최다 연승 기록. 과거 해태 왕조가 1987년 플레이오프 4차전부터 1988년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9연승을 기록한 바 있다. 마지막일 수도 있는 두산의 현재 왕조는 과거의 왕조가 기록했던 기록들에 도전하고 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