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내야수 허경민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던 플레이오프 2차전의 2회였다. 실수도 있었지만 결국 돋보인 것은 허경민의 야구 IQ(BQ)와 경험이었다.
허경민은 1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KT 위즈와의 경기에 5번 3루수로 출장했다.
전날(9일)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적시타를 뽑아내며 자신의 임무를 다했던 허경민이었다. 그리고 이날 역시 허경민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두산은 2회초 선두타자 김재환의 중전안타로 기회를 잡았다. 후속 허경민의 타석. 허경민은 팀 배팅의 정수를 보여줬다. 단기전에서 선취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험하고 있었기에 상황에 맞는 배팅을 펼쳤다. 완벽한 작전 수행 능력을 탑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일단 1루 주자인 김재환이 2루를 노렸다. 그리고 허경민은 2B1S에서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에 욕심내지 않았다. 정확하게 1-2루 간을 바라보고 스윙했다. 넓어진 1-2루 공간을 꿰뚫고 외야로 흘렀다. 히트 앤드 런 작전으로 보인 이 플레이로 두산은 무사 1,3루 기회를 잡았다. 이후 박세혁이 좌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두산은 선취점을 뽑을 수 있었다. 허경민의 스윙이 만든 점수였다.
하지만 허경민은 곧장 자책의 순간을 맞이했다. 김재호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기회를 만들었고 허경민은 3루에 안착했다. 이후 오재원의 좌익수 방면으로 태그업을 통해 홈으로 쇄도했다. 희생플라이성 타구였다. 그러나 KT 좌익수 조용호의 홈송구가 정확하게 홈으로 향했다. 허경민의 슬라이딩보다 태그가 훨씬 빨랐다. 여지없는 아웃이었고 두산은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KT의 기를 살려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과감했지만 무모했다. 허경민은 온탕과 냉탕을 순식간에 오갔다.

결국 2회말 두산에 위기가 찾아왔다. 유한준과 박경수, 배정대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1사 만루 위기에 봉착했다. 허경민 주루사의 후폭풍이 닥칠 위기였다. 그러나 자신에게서 비롯된 위기 상황을 허경민은 스스로 수습했다.
1사 만루에서 심우준을 맞이했고 심우준은 3루 선상의 느린 타구를 때렸다. 심우준의 빠른 발, 느린 타구 속도를 감안하면 더블플레이를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여기서 허경민은 최고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타구를 잡은 뒤 베이스를 바로 찍었다. 포스 아웃 상황이었기에 2루 주자가 아웃됐다. 이후 타자와 1루 주자를 보지 않고 곧장 홈으로 공으로 던졌다. 3루 주자였던 유한준의 스타트가 빠르지 않았던 것을 포착했다.
결국 3루 주자 유한준을 협살에 걸려 들게 했고 허경민이 직접 유한준을 태그했다. 허경민은 환호했고 두산의 실점도 없었다. 상대 기회를 확실하게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두산은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이어진 3회초 두산은 1점을 더 뽑아내 2-0의 리드를 만들었다. 3회말 KT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솔로포를 얻어 맞았지만 리드는 변하지 않았다. 두산은 주도권을 놓지 않았고 5회 김재환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사실상 쐐기 점수를 만들었다.
두산은 시리즈 전적 2승을 선점,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을 남겨뒀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