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키로 하는 게 아니다.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 있으면 가능하다.
LG 정근우(38)는 16년 프로야구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악마의 2루수’, ‘작은 거인’의 닉네임에서 정근우의 플레이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정근우는 프로필에 키가 172cm다. (실제는 더 작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KBO리그 역대 최고 2루수로 손색이 없다.

정근우는 통산 1747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리,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371도루를 기록했다. 골든글러브 2루수 부문 3회(2006년, 2009년, 2013년), 득점왕 2회(2009년, 2016년)를 수상했다.
국가대표로 맹활약하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WBSC 프리미어12 우승 등에 기여했다.
그는 역대 최고 2루수라는 의견에 “맞다”라고 자신있게 동의하며 “2루수로 최다 경기 출장 기록과 2루수 중에서 안타, 득점, 도루 등 기록에 애착이 간다”고 웃으며 말했다.
‘작은 거인’ 정근우도 반한 선수가 있다. 자신보다도 키가 작은 신인 선수다. 그는 “우연히 식당에서 삼성 김지찬 선수를 만났다. 작년 청소년야구대회를 보면서 김지찬의 팬이 됐다. 작은 키에도 수비, 타격, 도루 등 너무 잘하더라”고 감탄했다.
김지찬은 키 163cm로 KBO리그 최단신 선수다. 올해 삼성에 입단해 135경기에서 타율 2할3푼2리(254타수 59안타) 21도루를 기록했다. 프로 선배 투수들 상대로 타격은 낮을 수 밖에 없다. 재빠른 발로 수비와 주루에서 장점을 발휘했다.

정근우는 김지찬에게 “형이 너 팬이다. 너처럼 키가 작아도 잘 할 수 있다. 누구보다 조금 더 노력해야 하는 것 잊지 말고, 네가 잘하는 것 도루, 수비를 더 극대화시켜라”고 조언해줬다. 최고의 2루수가 건넨 최고의 칭찬과 조언이었다.
정근우는 “어릴 때부터 항상 키가 작은 것을 이겨내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포기하지 않고, 매일 스윙하고 수비 연습을 했다. 하루도 포기하지 않은 나에게 감사하다. 힘들고 지칠 때 포기하지 않고 이겨낸 나에게 감사하다”고 지금까지 걸어온 자신에게 고마워했다.
그는 고려대 졸업 후 SK에 입단했을 때 평범한 2루수였다.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지옥 훈련을 견디면서 국가대표 2루수로 성장했다.
정근우는 “고교 때 처음 입스가 왔다. 대학, 프로까지 3번이나 왔다. 팔꿈치 수술도 3번 했다. 첫 수술 전에 의사가 이 팔로 야구를 못한다고 하더라. 수술이 잘 됐고, 그때 포기했다면 지금의 정근우는 없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은 것이 지금의 정근우가 있다”고 키 작은 선수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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