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투수 교체 때 대부분 감독 대신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간다. 시즌 도중 어쩌다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가면 특이한 사례로 눈길을 모은다.
KT-두산의 플레이오프, 양 팀 사령탑의 마운드 방문이 화제가 되고 있다. 1~2차전 김태형 두산 감독이 절묘한 순간에 마운드를 방문해 효과를 봤다면, 3차전 이강철 KT 감독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 마운드를 올라가 경기 흐름을 가져갔다.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두산의 플레이오프 3차전. 초반부터 양 팀 선발 알칸타라-쿠에바스의 투수전이 이어졌다.

3회 1사 2루 위기를 넘긴 쿠에바스는 4회 2아웃을 잡고서 김재환의 땅볼 타구를 1루로 악송구 하는 실책으로 타자주자가 2루까지 진루했다. 2사 2루. 이 때 이강철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쿠에바스를 다독였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쿠에바스가 흥분할까봐 타이밍을 끊어주려고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실책으로 위기에 몰린 쿠에바스를 진정시키려 투수코치가 아닌 감독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후 쿠에바스는 대타 최주환을 2루수 땅볼로 잘 막아냈다. 6회 1사 2루 위기도 넘겼다. 팀 타선이 8회 5점을 뽑자, 8회말 솔로 홈런 한 방을 허용한 것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쿠에바스는 8이닝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KT를 시리즈 탈락 위기에서 구했다.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 호투 보셨나. 인생투였다"고 칭찬했다.

김태형 감독은 움직임이 더 활발하다. 1차전 8회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가 마무리 이영하를 다독였다. 이영하는 2타점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다. 3-2로 앞선 9회는 잘 막아내 승리를 지켜냈다.
2차전에서도 김태형 감독은 4-1로 앞선 9회, 이영하가 선두타자 박경수를 볼넷으로 출루시키자, 마운드로 올라갔다. 김태형 감독은 "150km를 던질 생각 하지 말고 그냥 가운데로 던져라"고 조언했다. 제구가 안 되던 이영하는 내야 땅볼-삼진-내야 땅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김원형 투수코치가 SK 감독으로 임명되면서 떠나 보냈다. 불펜 코치였던 정재훈 코치가 투수코치를 이어받았는데, 위기 순간에는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가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 이영하 다독이기 외에도 1차전에서 2-2 동점인 9회 1사 3루에서 대타 김인태에게 원포인트 주문을 하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설정하고, 컨택이 중요하니 컨택만 신경쓰라 했다"고 밝혔다. 김인태는 결승타를 때려냈고, “감독님 말씀대로 타격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시즌 때와 달리 감독의 잦은 그라운드 외출을 두고 ‘명장놀이’라는 시선도 있다. 한편으론 중요한 순간, 선수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고 원포인트 효과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결과를 만들어 흥미롭다. 4차전, 양 팀 감독은 어느 순간 덕아웃에서 그라운드로 외출할지 재미있는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orang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