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양의지다.
두산과 NC는 오는 17일부터 고척스카이돔에서 대망의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두산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로 직행한 NC는 두산과 4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만난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주축 선수들이 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두산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자신들의 강함을 증명하려고 한다. 설욕에 목이 마른 NC는 앞선 4년과는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정규시즌 우승의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4년 전의 아픔을 씻어내려고 한다.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NC는 두산에 4전 전패를 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4년 전 맞대결의 중심은 두산 소속의 양의지였다. 양의지는 2016년 한국시리즈 당시 투수진을 완벽하게 리드하며 NC 타자들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타석에서는 NC 마운드를 찍어눌렀다. 4경기에서 타율 4할3푼8리(16타수 7안타) 1홈런 4타점 4득점 OPS 1.284의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한국시리즈 MVP 수상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 양의지가 이제 두산 유니폼이 아닌 NC의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을 상대한다. NC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을 상대한다. NC를 굴욕의 순간으로 몰아 넣었던 두산의 선수가 이제는 아군이 되어 설욕전의 중심에 선다.
NC는 양의지 영입 이전, 포스트시즌을 비롯해 정규시즌에서도 두산을 상대로 힘을 못 썼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NC는 두산전 96경기 36승60패에 머물렀다. 포스트시즌에서는 2016년 한국시리즈를 비롯해 2015년, 2017년 모두 시리즈를 내줬다.
하지만 양의지가 NC로 이적한 뒤의 양상은 달랐다. 2019년 7승8패1무, 그리고 올해는 9승7패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상대전적 5할을 넘었다. 두산의 선수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양의지가 공수에서 두산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양의지의 두산전 성적은 타율 3할5푼4리(96타수 34안타) 5홈런 22타점 OPS 1.032에 달한다.
두산의 핵이 NC의 핵으로 이동을 했지만 시리즈의 무게 중심은 4년 전과 다르지 않다. 양의지의 활약 여부가 시리즈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NC는 양의지가 활약을 해야만 하고 두산은 양의지의 움직임을 저지해야 한다.
또한 올해 두산의 포스트시즌의 주요 전략으로 떠오른 ‘발야구’가 양의지와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구도도 형성한다. 두산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7개의 도루(실패 1개)를 성공시켰고 득점의 주요 루트로 활용했다. 뛰는 야구로 저조한 득점력을 상쇄했고 승부처를 지비했다.
하지만 양의지는 올해 리그 최고의 ‘스나이퍼’였다. 도루저지율 42.9%(32허용/24저지)를 마크하며 주전 포수들 중에 최고의 도루 저지율을 선보였다. 양의지뿐만 아니라 NC 자체가 46.2%의 도루저지율을 마크하며 상대의 뛰는 야구를 원천봉쇄했다. 어쩔 수 없이 두산과 양의지의 대결 구도가 형성이 됐다.
‘양의지 시리즈’가 분명한 2020년 한국시리즈. 양의지는 시리즈의 중심에서 화려하게 비상할지, 아니면 고개를 떨구는 비운의 스타가 될지가 한국시리즈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