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경험이다.”
두산을 이끌고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김태형(53) 감독은 4번째 우승을 노린다. ‘예년보다 전력이 약해진 게 아닌가’라는 관측이 정규 시즌 동안 심심하지 않게 나왔지만, 3위로 시즌을 마쳤고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 플레이오프에서 KT 위즈를 차례로 꺾고 끝내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라왔다.
그 과정에서 “경험이 대단한 ‘무기’구나. 역시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두산의 저력을 가볍게 볼 수가 없구나”라는 야구인들의 경탄을 듣게 된다.

정규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는 중에도 김재호를 비롯해 김재환, 유희관 등 주축 선수들은 ‘여유’를 보였다. 결국 자신들이 시즌 막판에 더욱 힘을 내 원하는 결과를 가져갈 것이라는 자신감이 살아있었다. 2위에서 5위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시 한 계단이라도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두산 선수단에 깔려 있었다. 김재호, 유희관 등 두산의 우승 기쁨을 오래 누렸던 선수들은 “큰 경기 경험이 많다. 할 수 있다”고 서로 독려했다.
“질 것 같지 않았다”는 것이 두산 야구를 보는 시선이었다. 두산 선수들이 얻은 자신감은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서 ‘여유’를 만들었고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이동욱 NC 감독은 “두산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이다. 계속 강팀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두산의 경기력에 대해 "세밀한 플레이에서 갈렸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정규 시즌 2위팀 KT를 플레이오프에서 꺾은 두산의 힘은 ‘경험’에서 나왔다.
NC의 간판 타자 나성범은 “경험이 많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해마다 한국시리즈를 하고 있다. 경험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NC도 믿는 구석이 있다. ‘가을 무대’ 경험이 풍부하고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갖춘 포수가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주전 포수였던 양의지는 2019시즌부터 NC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8년 최하위에 그쳤던 NC는 팀성적을 내기 위해 두산에서 ‘우승’ 경험을 쌓았던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를 FA 시장에서 전격 영입했다.
바로 효과를 봤다. 최하위였던 NC는 2019년 LG 트윈스 상대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면서 도약에 성공했다. 올해에는 창단 9년 만에 정규 시즌 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일궈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직행에 성공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양의지가 함께 했다. 그만큼 양의지에게 거는 기대가 크고, 반대 쪽에서는 경계 대상 1호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양의지가 NC 유니폼을 입기 전, 두산 소속으로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던 2018년. 당시 그 무대에서 두산은 SK 와이번스와 맞붙었다. SK 선수들은 양의지에 대해 “영리하다. 정말 잘 한다”고 말했다. 우승 경쟁 중에도 양의지의 실력을 인정한 것이다.
두산이 ‘가을 경험’이 많은 팀이라고 하지만, NC에는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갖춘 양의지가 중심을 잡고 있다. 두산 선수들에게는 껄끄러운 존재다. 2006년 양의지의 입단 동기로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는 최주환은 “양의지는 좋은 포수”라며 한 때 동료였지만, 적으로 만나게 된 동기를 경계했다.
이동욱 감독은 양의지를 두고 “우리 팀을 이끌어 온 주장, 포수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기대했다. 두산이 ‘경험’이 많다는 강점이 있지만, NC에는 팀의 중심이었고 2015년, 2016년 두산의 우승을 이끌었던 안방마님 양의지가 버티고 있다. /knightjis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