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전쟁이다".
가을만 되면 가슴이 뛰는 남자가 있다. 김정수 전 KIA 타이거즈 투수코치이다. 해태시절 좌완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한국시리즈의 사나이였다. 무려 7승을 따냈다. 큰 경기만 올라가면 유난히 뜨거운 볼을 던졌다. 1986년~1989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의 주역이었다.
1986년 신인으로 한국시리즈에서 3승, ERA 2.45를 거두며 MVP를 따냈다. 1987년은 삼성을 상대로 2승을 올렸고 1988년 1승(대 빙그레), 1989년 1승(대 빙그레)을 추가하며 7승을 따냈다. 반항적인 이미지와 어울려서인지 언론들은 공전의 만화 히트작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인 '가을까치'라는 별명을 안겨주었다. 7승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그에게 17일 시작하는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의 필승전략을 물었다. 첫 번째 돌아온 답은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리즈 전체를 보고 몇 차전까지 간다는 생각보다 1차전, 2차전 등 매 경기가 7차전이라고 생각하고 승부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선수들의 싸움임을 강조했다. "단기전의 주인공은 감독이 아니다. 선수들의 전쟁이다. 언론에서는 감독의 전략을 크게 보지만 실제로는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의 힘과 힘의 대결이다. 그래서 누가 MVP가 될 지 모르는 팀이 강하다. 서로 잘 하려는 선수들이 많은 팀이 강하다. 복병, 미친선수가 나오는 팀이 이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두산은 우승 경험을 해본 선수들 많다. 선수들 스스로 경기를 잘 풀어간다. 조그만 실수에도 위축되지 않고 여유가 있다. 그만큼 현장에서 감독이 받는 스트레스가 적고,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선수들이 큰 경험이 적으면 감독이나 코치들이 이끌어 가야하고, 그만큼 힘이 든다"고 말했다.
동시에 NC에 대한 조언도 했다. 베테랑들이 분위기를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리그에서 부담없이 두산을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그래서 선수단 분위기가 중요하다. 더그아웃에서 북치는 베테랑이 필요하다. 베테랑들이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결집시켜야 한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승부처에서 감독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승부처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쪽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1996년 현대 유니콘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예로 들었다. 당시 2승2패, 3-1로 앞선 해태 김응룡 감독은 9회초 역전 위기에서 마무리 투수 김정수가 아닌 선발요원 이강철을 내세워 승리를 따냈다.
김 전 코치는 "그때 코칭스태프가 나를 믿지 못했다. 한 타자를 남겨놓고 세이브를 못 챙겨 서운했지만 결과는 팀이 이겼다. 그 경기를 이기지 못했다면 우리가 우승 못했을 것이다. 나중에 생각하니 승부처라면 냉정하게 바꾸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승부처에서 감독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