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꽃사슴은 좀…아니죠.”
한화 내야수 오선진(31)은 2008년 고졸 신인으로 데뷔 첫 해부터 1군에서 뛰었다. 내로라하는 베테랑 선수들 사이에서 전천후 내야 수비력을 인정받아 백업 한 자리를 차지했다. 만 19세 시절로 앳된 얼굴과 새하얀 피부, 갸날픈 몸매로 ‘꽃사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선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여성팬들의 사랑을 받던 그 꽃사슴이 이제는 서른을 넘겼다. 그 사이 한화는 5명의 감독들이 거쳐갔고, 선수단 구성도 크게 바뀌었다. 특히 올 시즌을 마친 뒤 대대적인 팀 쇄신 작업을 시작한 한화는 10년 넘게 몸담은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12년 전 1군 막내 선수였던 오선진은 이제 팀에 가장 오래 몸담은 최장수 선수가 됐다. 정우람, 이성열, 이해창, 정진호 등 선배 선수들이 있지만 한화에 입단한 선수로는 오선진이 가장 오래 됐다. 대전 마무리캠프에선 1루수 이성열을 제외하면 내야수 중 최고령. 이제는 확실히 ‘고참’ 대열에 합류했다.
오선진은 “함께했던 형들이 많이 나가게 돼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한화 입단 선수 중 가장 오래 되다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 팀을 떠난 형들도 ‘이제 네가 고참이 됐으니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제 진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가 됐다. 형들이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라고 말했다.

마무리캠프에서 달라진 위치, 낯선 분위기를 느낀다. “형들이 없어져서 그런지 어색하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져 교육리그에 온 느낌이 든다. 나도 달라진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알아서 따라오게끔 먼저 솔선수범하려 한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위치다. 책임감이 무겁다”는 것이 오선진의 말.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부상이 아쉬웠다. 5월 타율 3할4푼6리 1홈런 5타점으로 시작했지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유격수 하주석과 동반 이탈했다. 한화의 추락이 시작된 시점이기도 하다. 오선진은 “매년 초반 페이스가 좋았던 것 같은데 작년에도 올해도 계속 다쳤다. 부상 방지를 위해 피지컬 트레이닝과 유연성 훈련 시간을 늘렸다”고 밝혔다.
팀 전력으로 볼 때도 오선진의 임무가 막중하다.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만큼 어떤 자리든 준비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뭔가 이루고 싶은 건 없다. 팀에 오래 있었던 선수로서 팀이 잘되는 것, 나아지는 방향만 생각한다”며 “젊은 선수들이 많아진 만큼 응원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고 기대했다.

12년 전 막내 시절이 엊그제 같은 오선진은 “시간이 참 빨리 갔다. 이제 꽃사슴은 좀 아니다”며 웃은 뒤 “난 어릴 때 실수하면 주눅드는 스타일이었는데 요즘 후배들은 다르다. 실수해도 주눅들거나 연연하지 않는다. 당찬 후배들이 많아진 만큼 우리 팀도 더 좋아질 것이다”며 젊은 한화의 밝은 미래를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