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으로 전례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의아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코로나19가 만든 유례 없는 풍경이었다.
지난 17일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NC가 5-3으로 승리하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1-0으로 앞선 4회말 애런 알테어의 스리런 홈런이 승부의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승부의 추를 기울게 만든 알테어는 이날 데일리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사건은 경기 후에 발생했다. 언제나 진행되어 왔던 데일리MVP 공식 시상식과 방송 및 취재기자 인터뷰가 모두 취소됐다. 수상자이자 인터뷰 대상이었던 알테어가 공식적인 자리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방역당국의 매뉴얼 상 시상식 및 인터뷰 자리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등장할 경우 당국의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는 상황이었다.

KBO와 NC 구단 모두 알테어의 돌발 선언에 모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통역과 대화를 통해 끝까지 설득했지만 알테어는 마스크 미착용 입장을 고집했다. 결국 시상식과 인터뷰는 모두 취소됐다. KBO와 NC 구단의 상황 설명은 이랬다.
“알테어가 평소에 많은 곳에서 마스크를 쓸 경우 호흡이 힘들다고 얘기를 했다. 숨이 많이 차고 불편하다고 했다. 마스크를 쓰고 얘기를 하고 호흡하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꼈다. 인터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상식 자리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방역당국의 매뉴얼을 확인해보니 공식적인 행사 자리에는 모두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이 지침이었다. 결국 방역 지침에 위반되는 상황이 나오기 때문에 인터뷰를 취소했다.”
NC 구단은 “정규 시즌 중에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에 응했지만 호흡이 힘들다는 얘기를 하더라. 설득을 했지만 안된다고 했다. 우리도 알테어의 반응에 당황스럽다”면서 “그래도 평소 이동할 때, 덕아웃에서는 마스크를 잘 착용한다”고 덧붙였다.
알테어의 입장도 일견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17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흘 연속 200명대를 돌파하는 등 다시 재확산 추세에 놓였고 정부는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로 상향 조정한다. 최근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마스크 착용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 알테어도 이런 케이스로 분류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낳은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시즌 중에도 마스크를 쓰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말을 나눌 기회가 있었고, 알테어는 군말 없이 자신의 스토리를 취재진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구단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승리라는 역사적 순간의 주인공이었다. 방역 지침을 위반하지 않았지만 평소에 부리지 않았던 몽니로 인해 잔칫날의 경사를 준비한 모든 관계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잔칫날의 이슈가 모두 알테어의 마스크 미착용으로 모두 묻혔다.
확실한 건 개운치 않은 한국시리즈 첫 경기의 끝맺음이었고 알테어는 잔칫날의 생채기를 만들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