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선택이 실패하면 욕을 먹게 된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서 결단을 내린다면 실패를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판단을 내려야하는 상황들이 많을텐데 순간의 결단에 망설이지 않을 것이고 회피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NC 이동욱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포스트시즌을 모두 챙겨봤다. 큰 경기에서 나오는 순간의 교체 판단과 전략들을 유심히 지켜보며 준비했고 사령탑으로서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이동욱 감독의 첫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비책이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단 한 경기에 불과한 ‘가을야구 초짜’ 사령탑이지만, 리그 최고의 무대에서 치른 첫 번째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가을야구 베테랑의 감독에 빙의된 듯 했다. 과감하고 기민하게, 그리고 냉철하게 움직였다. 벤치의 빠른 판단과 전략이 모두 맞아 떨어지면서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5-3 승리로 이끌었다.

선발 라인업에 큰 틀의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박민우를 리드오프로 내세우고 이명기의 작전 수행 능력, 나성범의 해결사 능력 등을 고려한 전통적인 테이블세터진과 중심 타선이 1회 선취점을 만들었다. 1회말 박민우의 2루타, 이명기의 희생번트, 그리고 나성범의 적시타까지. 간단하게 점수를 뽑았다. 경기 후 이동욱 감독은 “생각했던 대로 1회 박민우가 2루타로 출루하고 기회를 연결시키면서 선취점이 나왔다. 선취점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4회 추가점 상황에서도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에 타율 5할(12타수 6안타) 2홈런으로 강했던 권희동을 7번에 배치한 것이 들어맞았다. 4회초 선두타자 박석민이 사구로 출루하고 노진혁의 1루수 땅볼로 1사 2루가 됐다. 권희동의 타석이 돌아왔다. 알칸타라는 평소 자신에게 강했던 권희동을 의식한 듯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은 뒤 2구 째 몸에 바짝 붙는 패스트볼을 구사하려다 제구 실수가 나왔다. 다시 몸에 맞는 공으로 권희동이 출루했다. 권희동 7번 배치의 간접적인 효과였다. 결국 1사 1,2루로 기회가 이어졌고 알테어의 타구가 좌중간 관중석에 꽂히면서 쐐기 3점포로 연결됐다.
투수교체는 더욱 신들렸다. 위기 상황을 사전에 차단했고 컨디션이 가장 좋은 투수들과 데이터 상성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투입했다. 망설임이 없었고 과감했다. 선발 드류 루친스키가 중반 이후 페이스가 떨어졌고 6회 1사 1,2루에서 박세혁에게 적시 2루타를 얻어맞으면서 추격을 당했다. 에이스의 퀄리티 스타트 피칭도 중요했지만 이동욱 감독은 6회 1사 2,3루 위기에서 김진성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1점을 더 실점해 4-3까지 추격 당했지만 위기가 번지는 것은 막았다.
이후 투수교체도 빠른 템포로 이어졌다. 7회초 1사 후 최주환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하자 좌완 임정호를 페르난데스 타석에 투입했고 병살타를 유도해내면서 중후반 분위기를 다잡았다. 8회초 1사 후에도 임정호가 허경민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곧장 임창민으로 교체했고 오재일을 삼진, 박세혁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경기를 점차 지배해 나갔다. 그리고 9회 마무리 원종현이 5-3의 리드에서 2점을 지켰다.
당초 약점으로 지적을 받았던 불펜진을 벤치의 역량으로 극복했고 3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5,6회 맹렬했던 두산의 추격 분위기는 이동욱 감독의 과감하고 한 템포 빠른 판단으로 급격하게 사그라들었다.
경기 후 이동욱 감독은 “불펜 운영이 100% 계획대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잘 됐다”면서 “김진성, 원종현 모두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투수들이다. 1차전의 중요성과 압박감을 생각해서 먼저 투입한 것이 잘 들어맞았다”고 이날 불펜 운영 전략을 자평했다.
‘초짜’의 티가 없었다. 이동욱 감독은 준비되어 있었다. 후회하지 않게끔 자신의 전략들을 첫 경기부터 그라운드에 풀어놓았고 승리라는 결과까지 얻었다. 우려의 시선은 사라졌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이동욱 감독의 용병술에 이제 자신감까지 붙었다. 이동욱 감독의 시리즈 전체의 용병술에도 기대감이 생긴 한국시리즈 1차전이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