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설득 못했다" 아쉬움 잊은 '한화 영건 에이스' 김민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1.19 11: 02

“제가 감독님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한화의 영건 에이스로 성장한 우완 김민우(25)는 지난달 14일 잠실 두산전 7이닝 2실점 호투를 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개인 최다 132⅔이닝을 소화했지만 규정이닝에 11⅓이닝이 부족했다. 당시 한화의 시즌이 11경기 남은 상황이라 김민우가 2~3경기 추가 등판하면 데뷔 첫 규정이닝 충족이 가능했다. 특별히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은 이튿날 김민우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시즌을 조기 종료시켰다. 
당시 최 대행은 “지난해 68이닝을 던진 김민우를 올해 어느 정도 선에서 끊는 게 좋을지 구단과 계속 상의했다. 선수 본인은 시즌 끝까지 던지고 싶어 했지만 올해만 야구할 것이 아니다. 내년에도 계속해서 야구해야 한다.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인 김민우가 내년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기 위해선 미리 휴식을 취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한화 선발 김민우와 최재훈 배터리가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최 대행은 2주가량 김민우를 설득하며 시즌 조기 종료를 준비했다. 김민우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대전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김민우는 그때 당시를 떠올리며 “제가 감독님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감독님께 ‘끝까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너무 확고하셨다. 데이터를 근거로 말씀하시니 할 말이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밖에 못했다”고 웃으며 아쉬움을 잊었다. 
특별 관리를 받은 김민우는 마무리캠프 초반에도 공을 만지지 않았다. 지난 17일 처음 캐치볼을 하면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는 “거의 한 달 만에 공을 던졌다. 캠프 초반에도 회복 훈련과 보강 운동에 집중했다”며 오랜만에 공을 던진 것에 만족스러워했다. 
경기를 마치고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이 김민우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지난 2015년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민우에겐 ‘유망주’ 꼬리표를 뗀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9이닝당 득점 지원이 13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30명 중 29위(3.7점)로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한 채 5승10패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 4.34에 탈삼진 124개를 기록했다. 9이닝당 탈삼진 8.41개는 130이닝 이상 던진 투수 30명 중 2위로 국내 투수 중 1위. 평균자책점은 16위로 국내 6위였다. 
내친김에 첫 규정이닝까지 채우고 싶었던 김민우는 “많이 아쉬웠다. 진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것 같다”며 “그래도 시즌을 거의 완주했으니 내겐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해온 것에 비해 올해는 조금 괜찮았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배웠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 자신감을 갖고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즌 전부터 연구했던 ‘터널링 효과’도 봤다. 데이터분석팀 자료를 참고한 김민우는 직구와 포크볼의 피칭터널 구간을 길게 늘리는 데 집중했다. 직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오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에 타자들이 당했다. 김민우는 “올해처럼 던진 게 처음이니 효과를 본 것 같다. 삼진 개수도 확 늘었고, 포크볼을 던질 때 효과를 봤다”고 돌아봤다. 
한화 김민우가 역투하고 있다.  /jpnews@osen.co.kr
내달 5일에는 여자친구와 결혼식도 올린다. 새 신랑이 되는 김민우는 “결혼 준비는 다했다. 올해 시즌을 치르면서 (결혼 효과) 그런 것을 느꼈다. 팬 분들도 많이 응원해주시지만 가까이서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또 생기니 힘이 더 나더라. 못 던진 날에도 장모님이 ‘기죽지 말고 하라’는 말씀이 큰 힘이 됐다”며 웃은 뒤 “내년에는 더욱 좋은 모습으로 팀이 좋은 순위권으로 갈 수 있게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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