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과 홀로 싸운 고독한 토종 에이스였다. 부상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최상의 피칭 내용을 펼쳤다. 토종 에이스, 구단 최고 투수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아깝지 않다.
NC 다이노스 구창모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3실점(2자책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의 호투를 펼쳤지만 결국 패전의 멍에를 벗지 못했다. 팀은 4-5, 1점 차 석패를 당했다.
정규시즌 우승의 혁혁한 공을 세웠던 구창모였다. 이제는 유망주의 알을 완전히 깼고 명실상부한 토종 에이스였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첫 선발 등판은 또 다른 의미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팔뚝 부상으로 후반기 대부분을 결장했다. 우려는 당연히 컸다. 하지만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마운드를 버텼다.

경기의 분수령을 만든 2회 2실점은 3루수 박석민의 실책으로 비롯됐다. 구창모로서는 최상의 결과를 유도했지만 야수진이 뒷받침하지 못했다. 타선의 지원도 빈약했다. 하지만 구창모는 최고의 무대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최고 구속은 144km로 정규시즌 최고 수준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의 구창모였다. 아직 미완의 영건 에이스라는 인식이 남아있었지만 실책 이후 상황들을 스스로 정리하면서 그 인식, 그리고 부상 후유증에 대한 우려까지 완벽하게 지워냈다.
구속보다는 운영 능력, 그리고 슬라이더(33개), 커브(12개) 포크볼(9개) 등 변화구의 완급조절과 제구력으로 7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베테랑 같은 피칭이었다. 흔들려도 스스로 교정하고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에이스의 면모를 선보였다.
NC의 정규시즌을 비롯해 포스트시즌 역사를 통틀어 보면,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던 선수는 외국인 투수들이었다. 초창기 에릭 해커, 찰리 쉬렉, 이후 재크 스튜어트, 크리스천 프리드릭, 그리고 현재 활약하고 있는 드류 루친스키까지. 외국인 투수들이 모두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구창모가 토종 에이스이면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날 구창모의 퀄리티 스타트는 구단 포스트시즌 역사상 토종 선발 투수로서 두 번째 기록이다. 이재학은 선발 등판시 언제나 아쉬움이 짙었고 한 번도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통산 67승으로 구단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이재학은 이제 저무는 해가 됐다. 올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이후 우완 장현식(현 KIA) 이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기대했고 지난 2017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당시 7이닝 1실점(비자책점)의 대역투로 가을야구에서 토종 선발로서 첫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장현식은 이후 부상 등으로 성장세가 주춤했고 올해 트레이드가 됐다. 대신 구창모는 지난해부터 기대감을 현실로 만들어내면서 구단 토종 에이스 계보를 이을 적통자라는 것을 재확인 시켰다.
한국시리즈 2차전이 끝나고 이동욱 감독은 “초반에 제구 불안이 있었다. 하지만 2이닝을 넘기면서 자신의 밸런스를 찾고 자신의 공을 던졌다. 볼배합과 수싸움이 됐다. 6이닝을 막아준 것에 만족한다”면서 패배에도 구창모의 투구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제 구창모는 시리즈가 장기화될 경우 6차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구창모의 에이스 역량에 대한 확신이 6차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도 NC의 한국시리즈 관전포인트가 될 듯 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