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고팠다"…오달수, 천만 요정→미투 논란딛고 배우로 서기까지(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11.19 13: 46

 “제가 본의 아니게 감독님에게 편집할 시간을 많이 줘서 그런지 영화의 만듦새가 마음에 든다(웃음).”
배우 오달수(53)가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2017년에 찍어서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현장에서 배우들, 많은 스태프와 얘기하면서 감독님이 스폰지처럼 저희들의 의견을 많이 존중해 주셨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달수 주연의 새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 제작 시네마허브 환타지엔터테인먼트, 배급 리틀빅픽처스 트리니티픽쳐스)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돼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웃사촌’에서 오달수는 자택 감금된 정치인 의식 역을 맡았다. 

오달수는 “감독님에게 본의 아니게 영화를 다듬을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저는 되게 잘 봤다. 감동적으로 잘 봤다”라며 “편집 같은 후반 작업이 꼼꼼하게 잘 되어서, 제가 일부러 시간을 벌어 드린 것은 아니지만, 되게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작품의 출연을 결정한 계기에 대해 “제가 고 김대중 대통령을 연기하면, 그 분이 워낙 큰 분이기 때문에, 제 연기로 인해 누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처음엔 감독님에게 못 한다고 했었다. 사실 이환경 감독님이 하자고 하면 고민 없이 해야하는데 그 점 때문에 많이 망설였었다”고 초반 제안을 거절했었다고 밝혔다.
이환경 감독의 연이은 설득을 수락했다는 그는 “감독님이 ‘저만 믿고 따라오라’고 하더라”며 “‘이웃사촌’은 정치적인 부분이 크지 않고 휴먼 스토리가 8할 이상 차지하다보니 감독님만 믿고 따라갔다. 처음엔 망설였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 그 분의 많은 어록이 있지만 행동하는 스타일을 듣고 자란 세대라서, 굳이 이것저것 찾아보거나 자서전을 읽어보진 않았다”며 “그렇지 않아도 다큐멘터리 같은 정보가 많아서 제가 자료를 연구하진 않았다”라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중점을 둔 부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라도 사투리를 쓸 것이냐 말 것이냐 였다”며 “사투리를 쓰면 혹여나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어색하다든지 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투리를 쓸지말지 감독님과 깊게 얘기를 나눴다. 근데 사투리를 안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들었다”고 덧붙였다. “가택 연금이라는 게 집 밖으로 나오기도 힘들지만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도 없다. 일상적인 생활 부분은 감독님의 시나리오에 의존했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기존의 작품들과 다른 캐릭터 연기를 보여줬다. 그동안 코믹한 감초로서 재미를 안겼다면, ‘이웃사촌’에서는 본 적 없던 진지한 면모가 느껴지기 때문.
이에 오달수는 “잔재주를 안 부렸다. 의식이 집에서 식구들과 보낼 때도 신경을 썼다. ‘왜 저렇게 연기하지?’ ‘굳이 왜 저렇게 튀려고 할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기본에 충실한 연기를 했다”는 설명을 더했다.
오달수는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감독 김석윤)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됐다. 앞서 지난 2018년 2월 오달수는 15년 전 벌어졌던 성추행 폭로의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명 ‘천만 요정’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고른 사랑을 받았던 만큼 충격적이었다. 이후 오달수는 연기 생활을 접고 거제도로 내려가 칩거생활을 이어왔다. 지난해 8월 소속사 측은 오달수에 대해 경찰청으로부터 내사 종결을 확인했고 혐의없음에 대한 판단을 받았다고 알렸다. 
이에 오달수는 “우리가 고생해서 찍은 영화가 드디어 개봉을 하게 돼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근데 시간이 너무 흘러서, 제작사나 감독님에게 책임감을 느낀다”며 “또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시기가 굉장히 안 좋지 않나. 그럼에도 개봉을 하게 돼 마음이 좋다가도 무거운 마음도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저로 인해 손실이 너무 커서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관객들이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저를 안 좋게 봐주시는 분들에겐 제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단지 영화는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 ‘요시찰’이 제 복귀작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알렸다.
“인터뷰 자리에 나오기 쉽지 않았다”는 오달수는 “명절이나 주말에 케이블 채널에서 제가 출연했던 영화를 한 번씩 보여주는데 저는 그 시간이 낯설었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슬기롭게 귀향생활을 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굉장히 무섭다. 겪어보니까 굉장히 무섭더라. 떨린다는 말은 사치스러운 말 같다. 덤프트럭에 부딪힌 심경이랄까. 그래서 항상 가족들이 옆에 있어줬다. 거제도에서는 형님과 형수님과 같이 지냈다. 이 자리를 빌려 두 분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거제도에서 농사를 지었다는 오달수. “아침에 텃밭에 물을 주고 나서 노동주를 한 잔씩 하고, 조금 이따가 낮이 되면 잡초도 뽑으러 나가고 모기에도 많이 물렸다. 그러다 하루 해가 저물면 하루를 마친 기념으로 막걸리를 한 잔 또 마셨다.(웃음) 단순한 생활의 반복이었다”고 지난 2년간의 삶을 되짚었다.
‘2018년 미투 운동’ 당시를 떠올린 오달수는 “가족들이 저보다 더 놀랐다. 기사가 나고 저는 촬영을 하고 있었고 가족들과 통화를 하면서도 ‘나 지금 촬영해야 한다’고 끊었다.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갔는데 무응답을 했던 시간이 곡해돼 있더라”며 “스태프 인원이 많기 때문에 그날 아침엔 촬영에 집중을 했다. 근데 그런 결과가 나왔다. 곡해를 받고 나서 이상하다 싶었다. 제가 변호사들과 모여서 회의를 했다면 충격이 덜 했을 거 같다. 그때는 그렇게 지냈다”라고 회상했다.
“무섭다고 계속 도망가면 그 두려움이 커질 거 같더라. 언젠간 기자님들을 만나뵙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그런 이야기를 한 번 쯤은 만나서 얼굴을 보고 얘기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 같다.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면서 이 자리가 마치 어제 있었던 일 같은 생각이 들어서 좋다(웃음).” 
‘그동안 연기를 하고 싶었을 거 같다’는 말에 “아직은 계획이 없지만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 거 같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며 “근데 늘 연기는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다. 연기는 너무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아니다. 저는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할 거다. 드디어 ‘천만 요정’에서 벗어났다. 이제는 사람 대접 받으며 살고 싶다.(웃음)”라고 복귀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오달수는 그러면서 “잠깐 쉬는 동안에, 활동이 중단됐던 기간이 불행했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막상 농사를 지어도 뭔가 마음에 ‘내가 있을 자리가 어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인데…그래서 뻥 뚫린 마음이 들었다. 늑골 한 구석에는 ‘내가 그동안 많은 사랑 받으며 행복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인정해주시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연기론에 관해 특별히 변한 것은 없다”고 했다. 
‘이웃사촌’의 개봉은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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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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