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일성' 류지현 LG 감독, "세밀한 야구가 부족하다...가슴에 참을 인 3개..." [일문일답]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0.11.19 16: 16

류지현 LG 신임 감독이 새로운 'LG호' 사령탑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류지현 감독은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감독 취임식을 갖고 2년간 팀을 이끌어갈 비전과 구상을 일부 밝혔다. 수석코치로 임명된 김동수 코치가 축하 꽃다발을 전하며 함께 인사했다. 
1994년 LG에 입단해 신인상을 받은 류지현 감독은 27년간 LG에 몸 담은 '원클럽맨'이다. 누구보다 LG를 잘 알고 있는 그는 "우승은 쫓아간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을 잘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LG 류지현 신임 감독과 김동수 수석 코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

류 감독은 "감독 임명되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코칭스태프는 계속 영입이 진행 중이다. 김동수 수석코치만 확정됐다. 앞으로 외부 영입도 생각하고, 내부 승격도 생각해서 가장 좋은 조합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사에서 신바람 야구를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야구를 말하는가. 
▲소극적인 플레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94년 입단해서 프로가 뭔지 잘 모를 때였다. 이광환 감독님이 프로의 자세, 의식을 가르쳐주고 배웠다. 운동장 안에서는 신났으면 좋겠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플레이하면, 팬들과 함께 신이 날거라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 3명의 재계약 여부는.
▲계속 협의 중이다. 이제부터 여러 준비를 할 생각이다.  단장님이 투수 전문가라 안목이 깊고, 단장님과도 상의해서 최적의 조합을 만들도록 하겠다. 기존 선수들이 2루수가 최약 포지션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자원도 좋은 점 보여줬고, 끝까지 선수들을 믿는다. 그 외 보강은 구단과 잘 협의해 결정하겠다. 
-신바람 야구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냉정하게 판단해 세밀한 야구가 부족하다. 고비 때 마다 그것을 못 넘은 것 같다. 그런 것을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나도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고, 선수들도 나에 대해 파악이 잘 돼 있을 것이다. 마무리 캠프 때부터 맞춰서, 내년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지금 시간이 부족하지만, 이전부터 서로 알아온 과정이 있기에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현수 선수가 오면서 우리 선수들이 표현에서 자유스러워졌다. 김현수의 공격력 등 장점이 많지만, 그 점을 제일 칭찬하고 싶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표현한다면, 좋은 야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올해 아쉬운 성적으로 끝났는데, 우승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우승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웃음). 2019년~20년 2년 연속 4위를 했는데, 기대치가 높을 것이다. 해야 할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류중일 감독님이 주전 라인업을 확고히 해줘서, 선수들이 편안하게 라인업에 들어가서 야구했다. 그걸 토대로 완성해야 하는 사명감을 느낀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원클럽맨의 장점과 신경써야 할 것이 있다면.
▲장점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는 것. 단점은 한 팀에서만 있어서 우물 안 개구리 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2005-06년 코치 생활을 바로 하면서 단점을 느껴서, 2007-08년 미국에 코치 연수를 갔다. 개인적으로 용기를 내서 2년을 갔다 온 것이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으로 본다. 
-이광환 감독님과 연락했는지, 어떤 말씀을 해주셨는지.
▲감독 선임 후 류중일 감독님과 가장 먼저 연락을 드렸고, 이광환 감독님이 먼저 문자를 주셔서 이후 전화를 드렸다. 제주도에 계시는데, 찾아뵙고 LG 발전을 위한 조언을 듣고 싶다. LG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계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선수, 코치 때 여러 감독님을 모셨는데, 감독관이랄까. 
▲90년대는 LG 전성기 때와 암흑기 때 많은 감독님을 모셨다. 제일 존경하는 분은 이광환 감독님이다. 류중일 감독님에게도 많은 것을 배웠다. 선수들과 소통 방법이나 우승팀 감독의 노하우. 류중일 감독님과는 임명 되기 전에 여러 번 만났다. '가슴 속에 참을 인자 3개를 갖고 있어라'고 말씀 하셨다. 후배로서, 동생으로서 많은 말씀 해주셨다. 
LG 차명석 단장, 이민영 LG 스포츠 상무, 이규홍 대표, 류지현 신임 감독, 김동수 수석코치, 김현수, 진해수, 오지환(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
-취임사에서 구본무 회장님께 감사드린다고 말씀한 배경은.
▲입단 했을 때는 부회장이셨다. 94년을 돌아보면, 그룹의 어르신이 야구단 선수 한 명 한 명 모두 거론하시고. 단목 행사 때 선수단 초대해서 편안하게 즐기는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그 당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지나고 보니 당연한 것이 아니더라. LG 트윈스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더라. 우승이라는 트로피를 못 드렸다는 것에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명감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차명석 단장의 면접에서 중시한 것이 데이터 야구. 어떻게 활용하는지
▲수석코치를 하면서 수비 파트도 맡았다. 수비 외 데이터는 보지 못했는데, 수비에선 내가 가진 데이터와 구단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했다. 투수 파트를 공부해야 한다. 투수코치와 상의해 선수들의 성향,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팀의 12명이 있는데, 코칭스태프 미팅에 데이터 분석팀장까지 주재해서 코치와 데이터팀의 소통을 하겠다. 그로 인해 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올거라 본다. 
-LG의 강점과 내년 주장은.
▲주장은 김현수다. 16일 첫 미팅에서 김현수를 먼저 만나서 의사를 물어봤다. 기꺼이 팀 위해 희생하겠다고 해서 고맙다고 했다. 주장을 계속 한다. 팀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이 크다. 김현수 만한 주장 없다. 장점은 라인업이 안정. 뎁스가 강화됐다. 백업에 대한 뎁스. 백업 활용도를 지금보다 더 넓혀야 하지 않겠나, 기본적인 생각이다.  
-감독, 수석코치 모두 신인상 출신이다. 서로 편한 관계여야 하는데.
▲김동수 수석코치를 모신 이유는 투수 출신이 아닌 감독이라서 투수진에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연달아 야수 출신 감독이다. 김동수 코치님이 배터리 코치를 오랫동안 했기에 투수 파트에 도움도 받을 것 같아서 경험 많은 김동수 코치님을 모셨다.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었는데 팀을 위해 빨리 은퇴한 것으로 안다. 그 만큼 LG에 애정이 있는데, 감독님에게 LG의 의미는.
▲과거 신인 지명을 놓고 두산-LG가 주사위를 던져서 지명하기도 했다. 94년에는 주사위 안 던지고 지명했다, LG가 지명해주기를 바랐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팀에 와서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선수 생활 하면서 더 깊어졌다. 은퇴는 야구를 못해서 일찍 끝났다. 좋아하는 팀에 들어와 야구 재미있게 하고, 코치로 오래 하면서 이제는 보답할 때라고 느낀다.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서로 알고 있다. 내 색깔 주입하려는 생각은 없고, 내가 알고 있는 장단점을 갖고 스킨십을 하고, 마음 속으로 스며 들어가는 것. 한 명 한 명의 시너지가 모이면 LG가 전체적으로 강해질 것이다.  상식적인 것에 벗어나지 않는 것만 해달라. 벌금, 출장정지 등 징계가 따르는 사고 없기를 바란다. 
-내년 우승이 목표인가요. 
▲우승을 하면 좋죠. 우승을 쫓아간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을 잘 하고자 한다. 2년 동안 선수들의 자신감도 기반이 돼 있고,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마무리 캠프를 이천에서 하고, 스프링캠프도 국내 캠프로 예상된다. 예년과 차이점은.
▲환경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투수들이 개막전을 놓고 역으로 계산해서 몸을 만든다. 추운 곳에서 훈련하다 부상이 올까 걱정이 크다. 김용일 코치님이 12~1월 비활동기간의 개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잘 준비할 것으로 기대한다. 
-감독으로서 류지현을 어떻게 알아줬으면.
▲연봉조정. 2번째가 빨리 나오면 내 이름이 거론 안 될텐데. 색깔 리더십을 묻는데. 거창하진 않지만, 이청득심(以聽得心).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이다. 소통의 시작점이라 본다. 
-이천에서 2021 신인 봤는지.
▲신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일부러 안 가서 본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신인이 있으면 보고가 올라올 것이고. 
-LG팬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누구보다 열정이 있다. 열정이 과하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선수들이 못하면 팬들의 댓글에 스트레스 받는데, 그것도 관심의 표현이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 받는 자리인데.
▲둘째(4학년) 얼굴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겠다. 스트레스 이겨내는 것도 감독이 할 일이다.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FA 영입을 원하지는 않는지.
▲감독의 욕심 혹은 구단의 일방적인 것이 아닌 서로 조율하는 문제라고 본다. (단장님이) 저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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