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수빈(30)이 포스트시즌에서 100% 기습 번트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기습 번트로 상대방을 흔들며 흐름을 가져 오고 있다. 수비하는 쪽에선 막을 수 없을까.
정수빈은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9경기를 치르는 동안 4차례 기습 번트를 시도해 모두 안타로 만들어냈다. 100% 성공이다.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 2회 2사 후 이민호(우완) 상대로 번트 안타를 기록했다. KT와 플레이오프 4차전 1회 무사 1루에서 배제성(우완)에게 번트 안타로 1,3루 찬스로 만들었다. NC와 한국시리즈에선 2차전 1회 1사 후 구창모(좌완) 상대로 번트 안타로 출루했다.

20일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정수빈은 5-6으로 뒤진 5회 선두타자로 나와 김영규(좌완)로부터 기습 번트 안타로 출루했다. 이후 투수의 1루 견제구가 뒤로 빠지면서 2루로 진루했고, 내야 땅볼로 2사 3루가 됐다. 페르난데스의 평범한 땅볼을 유격수 노진혁이 ‘알까기’로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저지르며 정수빈은 귀중한 6-6 동점 득점을 올렸다. 결국 정수빈의 번트 안타는 7-6 역전승으로 가는 디딤돌이 됐다.

정수빈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취재진 인터뷰에서 “큰 경기에선 번트나 평소 하지 않았던 것을 하면서 상대 실수를 유발해야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한국시리즈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정수빈은 상대 투수와 상황 등 적절한 타이밍에 기습 번트를 시도했는데, 모두 성공했다. 발이 빠르고 번트 센스가 있는 정수빈은 상대 투수가 우완이든 좌완이든 가리지 않는다.
4개의 번트 안타는 대체로 경험이 적은 어린 투수들 상대로 시도했다. 상대가 실수할 틈이 있다. 결정적인 비결은 ‘코스’다. 4개의 번트 모두 투수와 1루 파울라인 사이를 공략했다. 투수와 1루수가 달려와서 잡기 애매한 지점. 정수빈 타석에서 3루수는 베이스 앞쪽으로 나와 대비하기에 3루쪽 번트는 한 번도 대지 않았다.

이민호 상대로 기습 번트는 이민호가 잘 달려가 잡았으나, 1루 송구를 글러브 토스로 했는데, 높이 뜨면서 세이프됐다. 상대 실수가 더해졌다. 배제성 상대로 번트 타구는 높이 뜨면서 자칫 뜬공 아웃으로 병살타가 될 뻔도 했다. 다이빙캐치를 시도한 배제성이 노바운드로 잡지 못하면서, 세이프됐고 이후 배제성은 1루 악송구까지 나왔다.
구창모 상대로는 번트 방향이 투수 쪽으로 가까웠으나 타구가 빨랐다. 좌완인 구창모가 투구 후 중심이 3루쪽으로 갔다가 역모션으로 스타트가 늦었고, 타구가 빨라 투수 옆을 빠져나갔다. 타구는 투수, 1루수, 2루수 모두 잡기 어려운 지점에 안착했다.
김영규 상대로 번트는 투수가 1루 파울라인 근처에서 잡았으나, 1루수가 베이스를 비워두고 나오면서 손쉽게 세이프 됐다. 1루수가 베이스에 붙어 있었다면 아웃이 될 상황이었다.
정수빈은 1루쪽으로 몸을 이동하면서 번트를 대고, 투수와 1루 파울라인 사이 코스를 노린다. 수비쪽에서는 투수가 투구 후 기민하게 1루 파울라인으로 달려가 잡고, 1루수는 베이스를 지키고 있으면 아웃시킬 확률이 높다. LG 1루수 라모스의 위치가 정석이다. 1루수 경험이 적은 KT 강백호, NC 강진성은 번트 타구가 1루 라인을 따라 오면 공을 향해 달려나온다. /orang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