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은 스타 기질을 갖춘 선수들이 더욱 활보할 수 있는 무대다. NC 다이노스 박석민은 숱한 가을야구 경험, 그리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치르면서 가을 야구에 익숙했다. 실제로 가을야구를 주름잡은 스타였다. 올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노리는 NC의 입장에서 박석민에 거는 기대는 컸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박석민은 기대 이하다. 해결사의 기질을 선보이지는 못할 망정, 공수에서 흐름을 끊는 ‘맥커터’의 선수로 전락했다.
1차전에선 포구 실책, 2차전에서도 송구 실책을 범했다.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경기의 변곡점이 된 실수들이었다. 타석에서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승리한 1차전에선 8회 쐐기의 희생플라이를 때려내면서 실책을 만회했다. 2차전에서도 실책 이후 2루타 1개를 뽑아냈다. 하지만 모두 실책으로 흐름이 넘어간 뒤 뒤늦게 따라가는 모양새였다. 박석민 입장에서는 절치부심이었고 명예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3차전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수비와 주루에서 맥이 풀릴 수밖에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3-2로 재역전에 성공한 3회초 좌익수 방면 2루타성 타구를 때렸지만 2루에서 횡사를 당했다. 달아날 수 있는 기회가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2루에서 슬라이딩을 하면서 왼쪽 중지를 접질렸다. 통증의 여파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이어진 3회말 무사 3루에서 최주환의 타구를 뒤로 빠뜨렸다.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실책성 수비였고, 이후 3-5까지 다시 경기가 뒤집히는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박석민은 통증이 지속되면서 4회 지석훈으로 교체됐다. 경기 후 이동욱 감독은 “박석민은 내일 오전에 일어나서 상태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부상 정도가 가벼워보이지는 않는다. 21일 4차전 경기 출장은 불투명하다.
다만, 현재 내야진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3차전까지 모두 수비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플랜을 시험해 볼 수 있다.
현재 박석민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3루수는 지석훈이다. 수비 자체의 능력만으로는 지석훈이 월등하다. 지난 1차전 5-3으로 앞선 9회초 대수비로 투입돼 선두타자 허경민의 날카로운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 팀 승리를 지켰다. 그리고 3차전에서도 지석훈은 박석민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수비력을 과시했고 내야진을 안정시켰다.
다득점 양상의 경기가 나오지 않는 단기전인데 NC는 3차전까지 무려 5개의 실책을 범했다. 실책 모두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아쉬움을 곱씹을 수밖에 없는 NC다. 만약 박석민의 부상 공백으로 지석훈이 대신 투입될 경우, 앞선 3경기에서의 수비 불안은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지석훈이 내야진의 리더 역할을 하면서 2루수 박민우, 유격수 노진혁, 1루수 강진성까지 이끌 수 있다.
물론 중심 타선에 포진한 박석민의 공백을 완전히 채우지는 못할 것이지만 다른 타자들의 타격감이 그리 나쁘지 않기에 수비에 우선을 둔 라인업으로 돌파구를 모색해볼 수 있다. 1차전 승리 이후 기세등등하게 시리즈를 지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타가 되어주길 바라던 박석민이 흐름을 다 끊어냈다.
선수 개인의 입장은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터.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개인의 명예보다는 팀의 승리가 우선이다. 정규시즌 동안 큰 부상 당하지 않고 시즌을 사실상 완주한 박석민이다. 하지만 이동욱 감독은 더 이상 믿음으로 전체의 그림을 놓쳐서는 안된다. 박석민의 부상 공백이 유력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책을 찾아서 전화위복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