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를 내세운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히려 이전 경기 양상과 다른 선순환의 효과를 얻었고 앞으로도 기대해볼 수 있다. 시리즈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믿음과 변화 사이에서 고민이 시작됐다.
NC는 정규시즌과 다르지 않은 라인업으로 한국시리즈를 임했다. 파격보다는 안정을, 변화보다는 믿음을 택했다. 정규시즌 주전 3루수와 클린업 트리오의 한 축이었던 박석민을 먼저 내세웠다. 하지만 박석민은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모두 실책을 범했고 이는 모두 결정적인 실점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타선에서도 흐름을 끊는 등 아쉬움이 짙었다.
그러다 3차전 경기 도중 박석민은 주루 플레이에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쪽 중지 손가락을 삐끗했다. 박석민은 결국 교체됐다. 4차전을 앞두고 박석민은 타격 훈련을 하지 못했다. 부상 부위 통증이 남아있어 방망이를 쥐는 것이 힘들었다. 차도를 지켜봐야 했다.

결과적으로 팀 입장에서는 박석민의 부상이 전화위복이 됐다. 박석민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와 경기력은 달랐다. 4차전에서 박석민 대신 선발 3루수로 나선 지석훈은 핫코너를 안정적으로 지켰다. 불안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4차전 2-0으로 앞선 9회초에는 쐐기점을 만드는 적시 2루타를 뽑아내 시리즈 2승2패 원점에 일조했다.
박석민의 부재로 타선의 무게감이 사라졌지만 시리즈 내내 발목을 잡았던 수비의 안정을 얻었다. 지석훈을 내세워 승리라는 결실을 맺었고 공격에서도 박석민의 존재감을 잊게 했다. 플랜B의 성공이었다.
이동욱 감독은 4차전이 끝나고 “지석훈이 굉장히 좋은 타점을 올려줬다. 수비력은 워낙 좋은 선수였는데, 결정적 안타까지 때렸다. 첫 타석에서는 타이밍이 안 좋았는데 타이밍을 맞춰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5차전 선발 여부에 대해서는 “박석민의 부상 회복 상태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믿음과 변화 사이에서 이동욱 감독은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단기전이기 때문에 한 경기, 한 이닝, 한 구마다 흐름이 요동친다. 박석민이 시리즈 초반에 보여준 모습들은 경기 흐름을 불리하게 만들었다. 지석훈은 그 반대였다. 1차전 9회초 3루 대수비로 투입돼 다이빙 캐치로 위기를 억제했고 4차전에서는 쐐기를 박았다. 플랜B의 선수였지만 '씬스틸러' 역할을 했다.
박석민을 믿고 기용하기에는 부상 여파도 무시할 수 없고 앞선 경기들에서 보여준 수비의 잔상들이 눈앞에 되살아날 수 있다. 변화를 택해서 성공했한 상황에서 믿음의 후폭풍을 감당하기에는 대가가 너무 크다. 또한 타석에서 박석민의 무게감은 강진성으로 대신할 수 있다. 강진성은 한국시리즈 타율 4할(15타수 6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일단 박석민은 부상 이후 이틀 간의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이동욱 감독은 시리즈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올 수 있는 5차전 선발 라인업에 3루수 자리에 어떤 선수의 이름이 올라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