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기나긴 대행이 끝났네요.”
한화가 카를로스 수베로 신임 감독을 선임한 지난 27일, 최원호(47) 감독대행의 업무도 종료됐다. 한화 퓨처스 감독으로 올 시즌을 시작한 최원호 대행은 한용덕 전 감독의 퇴진으로 지난 6월8일 1군 감독대행을 맡았다. 시즌 끝까지 114경기를 지휘하며 역대 감독대행 최다 경기 기록을 썼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즌이 끝난 뒤에도 최 대행의 업무가 이어졌다. 한화의 차기 감독 선임 과정이 길어지자 대전에서 치러진 마무리캠프 훈련까지 이끌었다. 마무리캠프 종료일에 수베로 감독 선임이 확정됐고, 최 대행도 총 173일의 기나긴 대행 업무를 끝마쳤다.

캠프를 마친 뒤 만난 최 대행은 “기나긴 대행이 끝났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전까지 밖에서 간접 경험만 하다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체험했다. 공부하고 준비한 게 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변수가 너무 많았다. 새롭게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결과만 보면 한화의 창단 첫 10위 추락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투타의 젊은 선수들을 발굴 및 육성하며 팀에 희망을 비췄다. 최 대행은 “1월 2군 캠프 때부터 본 어린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 몸이 좋아지고, 1군 경험도 하면서 기술이 눈에 보일 정도로 좋아졌다. 내년 캠프, 시즌에 들어가면 또 다른 모습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2~3년 계속 성장한다면 팀의 미래도 분명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어려운 상황을 같이 견뎌낸 선수들에게도 고마워했다. 최 대행은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다. 특히 고참 선수들이 포기할 수 있는 상황에도 느슨해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협조해준 게 가장 고맙다. 시즌 막판 2군에 있던 이성열, 최진행을 1군에 올린 것도 그런 마음이 고마웠기 때문이었다”고 돌아본 뒤 “정민철 단장님도 빼놓을 수 없다. 옆에서 항상 미안해하면서 위로를 해주셨다. 덕분에 시즌을 끝까지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이 선임되면서 최 대행은 원래 자리인 퓨처스 감독으로 돌아가 팀의 뿌리 다지기에 나선다. 올해 2군에서 시도하려 한 시스템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퓨처스팀 6명, 육성군 3명으로 선발투수 9명 운용과 포지션별 주전 야수 선별 기준을 잡을 계획. 미국 마이너리그 감독만 15년을 한 수베로 감독의 경험과 조언이 필요하다.
최 대행은 “수베로 감독님이 미국에서 마이너리그 감독을 오래 하신 만큼 앞으로 조언 받을 게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크다. 주로 싱글A, 더블A 감독으로 유망주들을 많이 데리고 있었으니 선수 육성 기준과 노하우가 있으실 것이다. 미국에 연수를 갔다는 생각으로 배워보려 한다”고 학구열을 보였다.
![[사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한화 이글스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0/11/28/202011282257775604_5fc266bc11a0f.jpg)
이어 최 대행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들과 코치들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다. 구단에서 정말 큰 마음먹고 데리고 오신 감독님이다. 수베로 감독님이 갖고 있는 다양한 경험, 지식을 최대한 많이 빼먹어야 한다. 앞으로 야구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