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회장들도 한 관행이었다.”
이대호(38・롯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은 2일 서울 청담동 호텔리베라 청담 로즈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선수협에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을 했다. 하루 전인 2일 오전 사무총장이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 받은 사실이 OSEN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이후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이대호 회장 역시 현금으로 판공비를 지급 받았고, 액수도 기존 액수보다 두 배 이상 많은 6000만원으로 인상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울러 판공비는 법인카드 형식이 아닌 계좌로 들어갔다는 것도 알려졌다.

"몰랐다"와 "관례였다"가 답이었다. 사무총장 판공비가 현금으로 나간 이유에 대해 묻자 이대호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판공비가 현금으로 나갔을 때 문제점을 잘 몰랐다"라며 "나중에 변호사가 확인했을 때 세금 문제가 있다고 해서 시정 조치를 했다고 들었다. 내가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절대 못하게 했을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수협은 선수들의 연봉 1%가 모여서 운영되는 기관이다. 2700만원 최저 연봉의 선수도 27만원을 낸다. 최저 연봉 선수의 절반 수준인 약 1100만원이 갑작스러운 지급 방법 변경으로 세금으로 나갈 수 있었던 사안이었지만, 특별한 문제 제기 없이 통과됐다.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간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통과시킨 셈이다.
회장 판공비의 인상과 현금 지급에 대해서는 "회장이 되기 전이었고, 후배들이 회장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연봉 1%가 모여 '회장 처우 개선'이 됐다.
2012년 당시 선수협회장을 맡은 박재홍은 판공비를 2군 선수를 위해 사용하겠다며 전액 기부했다. 또한 판공비 사용 방식을 법인카드 결제로 바꿨다.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뜻이었다. 8년이 지나는 사이 슬며시 판공비의 지급 방식은 현금으로 바뀌었다. 언제부터 바뀌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알지 못한다. 확인이 필요하다"라며 "관행이었다"는 답변이 나왔다.
아울러 "역대 회장 및 이사진에게 지급되는 비용을 판공비로 명명했지만, 회장 및 이사진의 보수 및 급여로 분류하여 세금 공제 후 지급하고 있다"라며 "만약 이 관행이 문제가 된다면 조속히 바로 잡겠다"고 전했다.
이대호는 "전임 회장들이 했던대로"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동시에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하다 보니 업무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선수협 회장과 이사의 자리는 프로야구 선수를 대표해야 하는 자리다.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하는 등 선수협 회장과 이사들은 노고는 마땅히 박수 받아야 한다. 그러나 '관행대로' 혹은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결국 썩은 부분을 만들어냈다.
선수협은 ‘협회 목적’으로 “선수들을 대변하고 권익을 보호하며 복지증진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관례'라고 말하는 안일함과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에 대한 파급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무책임에 선수를 위해 쓰여야 하는 돈은 조금씩 새어 나갔다. 선수협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할 때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