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연장 갔다는 소리가 들리면서 불안하더라고요."
심우준(25・KT)은 올 시즌 가장 많은 베이스 도둑질을 한 선수다. 35개의 도루를 기록하면서 생애 첫 도루왕에 올랐다. 심우준은 "엄청 하고 싶었다. 기회가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창단 이후 첫 도루왕이니 욕심났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도루왕 타이틀은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주인공을 알 수 없었다. 심우준이 33개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박해민(삼성)이 32개를 기록하며 경쟁에 불을 지폈다. 특히 박해민은 14일부터 3일 간 5개의 도루를 기록하면서 지난 2015년부터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던 위엄을 한껏 뽐냈다. 박해민은 한 때 도루 1위에 오르면서 심우준을 위협했다.
![[사진] KT 심우준(좌)-삼성 박해민(우) /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0/12/03/202012031243779703_5fc8684653f0e.jpg)
결국 심우준이 웃었다. 박해민이 도루 3개를 성공시켰지만, 심우준이 2개를 하면서 한 개 차로 생애 첫 도루왕을 확정지었다.
심우준은 당시의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한 개 차로 앞서 있어서 도루를 한 뒤 여유있겠다 생각했는데, 연장을 갔다는 소식이 있어 불안했다"고 웃었다.
심우준은 "삼성과 경기가 있을 때 박해민 선배님에게 물어보니 '네가 자극을 줬다. 기사보고서 나도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웃으시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선배님도 4년 연속 도루왕 이후 올해 다시 타이틀을 가지고 오기 위해 중요했던 시기인 걸 알고 있다"라며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었고 이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시상식 무대에 선 심우준은 "144경기에 다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감독님께서 기용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을 받았다. 또 코치, 트레이너, 전력분석원 분들이 없었으면 뛰지 못했을 것"이라며 "부모님이 올해 많이 힘드셨을텐데 참고 이겨내주셔서 감사하다. 동생과 팬들에게도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지난해 도루왕이자 동갑내기 친구 박찬호(KIA)에게도 우정이 느껴지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박)찬호가 지금 보고 있다면, '너도 받은 걸 나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또 시상식에 와서 타이틀을 받는 게 목표다. 도루왕을 포함해서 더 많은 상을 받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