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이 하위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리빌딩’ 과정이지만, 이번 시즌 성적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 감독의 고민도 엿보인다.
현대캐피탈은 2015-2016시즌 18연승으로 역대 홈 경기 최다 연승 기록을 세웠고 2016-2017시즌까지 두 시즌에 걸쳐 역대 남녀부 통틀어 최다 21연승 기록을 세운 팀이다. 이후 2017-2018시즌에는 우승을 차지했다. V리그 강호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좀처럼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보다 미래를 본 결정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4일 대한항공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한 후 6연패를 당했다. 27일 서울 장충 원정에서 우리카드를 3-1로 잡으며 간신히 연패 사슬을 끊었지만 다시 연패에 빠졌다.

이번 시즌 ‘봄 배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13일 한국전력과 3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34)과 장신 세터 황동일(34), 현재 국군체육부대에서 복무 중인 김지한(21)을 내줬다. 대신 세터 김명관(23), 레프트 이승준(20)에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10월 5일에는 KB손해보험과 트레이드를 했다. 당시에는 센터 김재휘(27)를 내주고 2020-2021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양도 받는 형식의 1대1 트레이드였다.
현대캐피탈은 올해 주요 전력을 내주고 미래를 본 트레이드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김재휘를 내준 당시에 최태웅 감독은 “현대캐피탈 만의 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고, 현대캐피탈 구단은 한국전력과 트레이드 후 “리빌딩 수준으로 팀 컬러를 완전히 바꾸는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2019-2020시즌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장신 세터 김명관을 비롯해 이승준 등 유망주 영입으로 길게 보고 있는 것이다. 최 감독은 5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원정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아직 더 경험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분위기는 젊어서 그런지 좋다”며 “현대캐피탈 만의 색을 입히는 중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2017-2018시즌 우승을 이끈 간판 센터 신영석을 한국전력으로 보냈다. 신영석은 그 시즌 최우수 선수(MVP)로 뽑힌 국가대표 선수다. 그만큼 현대캐피탈의 리빌딩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 감독은 “팀 창단에 맞먹는 수준의 리빌딩으로 변화를 꾀하려고 한다”고 했다. 현대캐피탈 만의 배구를 보여주고자 한다. 하지만 현재 성적도 신경이 쓰인다. 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진지하게 운동을 하는 것을 보면 기특하다. 지금 분위기를 잘 유지하면 성장할 것이다”고 흐뭇하게 봤다. 하지만 그는 “프로 무대이기 때문에 승리도 필요하다. ‘리빌딩, 세대 교체’는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주요 전력을 내주고 상위권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기는 어렵다. 최 감독은 “천천하 단계를 밟아가면서 경험을 쌓고 있다. 우리 만의 색을 입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했지만, 현재 최 감독의 고민도 보이고 있다. 5일 KB손해보험에 패한 후 최 감독은 “리빌딩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번갈아가며 투입하는 점에 대해)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팀이 이번 시즌 힘겨운 길을 택한 만큼, 미래를 위해 현대캐피탈 만의 배구를 만들어가자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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