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그거 별거 아냐. 어제 못했으면 오늘 하면 돼.”
한화 외야수 노수광(30)은 떠올린 트레이 힐만(57) 전 SK 감독과의 추억이다. 노수광은 지난 2017년 4월 SK로 트레이드된 뒤 2018년까지 두 시즌 동안 힐만 감독과 밑에서 주전으로 도약하며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특히 2018년 135경기 타율 3할1푼3리 161안타 8홈런53타점 25도루로 활약하며 SK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라운드에서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노수광에겐 힐만 감독은 경기 외적인 모습이 기억에 더 강하게 남았다.

“힐만 감독님은 선수들이 운동장에 나왔을 때 표정부터 살핀다. 뭔가 안 좋아 보이면 자기 일처럼 걱정을 해준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와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부터 다르다. 야구보다 그런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 노수광의 말.
어느 날 하루는 야구가 안 풀려 고민이던 노수광이 걱정됐던 모양이다. 당시 힐만 감독은 “집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야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잠도 못 잔다”고 답한 노수광에게 힐만 감독은 “야구 그거 별 거 아니다. 하다 보면 된다. 어제 못했으면 오늘 하면 된다”고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힐만 감독이 떠난 지 2년이 흘렀다. 올 시즌 중 한화로 팀을 옮긴 노수광은 내년 시즌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을 만난다. 한화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 된 카를로스 수베로(48)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수베로 감독도 힐만 감독과 친분이 있고, 그에게 KBO리그 관련 조언을 받은 뒤 한국행을 결정했다.
마무리캠프 임시 주장을 맡았던 노수광은 “선수들도 외국인 감독님에 오신 것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내년에는 또 다른 스타일의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 팀에는 젊고 열정적인 선수들이 많다. 육성 능력이 뛰어나신 수베로 감독님께서 미국 야구를 알려주시면 더 좋은 선수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외국인 감독은 국내 선수들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선수들과 수평적인 관계로 소통하는 특징이 있다.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팀 분위기도 쇄신할 수 있다. SK에서 힐만 감독을 겪어본 노수광은 “확실히 그런 부분에서 다르다”며 “우리나라에 외국인 감독님이 몇 명 오시지도 않았는데 두 분이나 만나게 됐다. 물론 내가 잘해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 하락세를 보인 노수광에겐 반등이 필요한 시기다. 힐만 감독 밑에서 최고의 시기를 보낸 노수광이 수베로 감독과는 앞으로 또 어떤 추억을 쌓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