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드래프트 폐지↔전면 드래프트 부활, 이해관계의 빅딜 [오!쎈 이슈]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12.09 06: 02

쏠쏠한 제도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폐단이 나오기도 하는 등 ‘동전의 양면’과도 같았던 2차 드래프트 제도가 10여 년 만에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오는 2023년 드래프트(2022년 시행)부터 1차 지명이 폐지되고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되는 것과 맞물리며 10개 구단이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BO는 지난 8일 10개 구단 단장들이 모여 실행위원회를 개최했고 다가올 2021시즌의 각종 현안에 대해서 논의했다. 일단 2021년 개막일과  올해부터 도입된 부상자 명단의 손질 등이 논의된 가운데, 2차 드래프트 역시 폐지를 시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2차 드래프트는 2011년부터 시행됐다. 당시 NC, KT 등의 신생팀의 참가하면서 원활한 선수 수급, 빛을 보지 못하는 2군 선수들의 길을 터주기 위해 시행됐다. 한국의 ‘룰 5드래프트’로도 불렸다.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선수들이 지명 대상이었고 구단별로 3명씩을 지명할 수 있었다. 2년에 한 번씩 격년제로 시행됐고 2019년까지 총 5번의 2차 드래프트가 열렸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과 10개 구단 단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제도의 혜택을 톡톡히 본 선수들과 구단들이 적지 않다. 올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NC는 2011년 첫 2차 드래프트에서 이재학을 지명했고 개국 공신이 됐다. 같은해 롯데는 김성배를 쏠쏠하게 활용했다. 김성배도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3년 KIA는 투수 김태영, 내야수 김민우를 뽑아 1군에서 활용했고 심수창은 롯데의 지명을 받고 FA 계약까지 맺으며 선수 생활을 연장했다. 2015년에는 KT 이상화, 롯데 박헌도, 키움 김웅빈, 양현, 2017년은 KT 조현우, 한화 문동욱, LG 신민재, 롯데 고효준, 이병규, 오현택, NC 박진우, KIA 유민상 등이 1군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었다. 2019년 역시 삼성 노성호, 한화 이해창, 정진호, KT 이보근, NC 홍성민, 등이 다시 빛을 보게 된 케이스.
시행된 이후 2차 드래프트 성공 신화들을 매년 찾을 수 있었지만 그에 못지 않은 폐단도 함께 따라왔다. 40인 보호선수라는 한계로 구단이 장차 육성해야 할 저연차 선수들의 보호가 어려워졌다. 유망주들이 많은 구단들은 언제나 타 구단들의 타겟이 됐다. 첫 3회 시행때까지는 구단별 유출 한도가 5명이었는데, ‘화수분’의 두산은 모두 5명을 채웠다. 눈물을 머금은 유출이 많았다. 결국 4회차 부터는 1,2년차 자동보호, 구단별 유출 선수 4명 등 뒤늦은 보완책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에는 방대했던 선수단으로 운영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선수단 축소 움직임이 불었고 2차 드래프트의 효용성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해 열린 5회 2차 드래프트에서 키움과 두산은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전체를 통틀어도 역대 최소인 18명의 선수만 지명을 받았다. 방출의 칼바람이 갈수록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오는 2023년 신인 드래프트부터는 연고지 1차 지명이 폐지되고 전면 드래프트로 다시 돌아서는 점도 2차 드래프트 폐지에 영향을 끼쳤다.
전면 드래프트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시행된 제도. 당시 전력 평준화의 이유로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했다. 하지만 시행 이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사전 선수 싹쓸이 우려가 생기며 재차 1차 지명 제도로 회귀했다. 그런데 이후 지방 연고 고교 유망주들도 대거 서울로 전학을 가면서 지방 고교팀들은 선수 부족 현상을 겪었다. 1차 지명 선수들의 기량도 연고지 별로 격차가 심했다. 2018년 1차 지명인 성시헌(한화), 박수현(NC)은 일찌감치 방출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지방 구단들이 유망주 품귀 현상을 겪자 1차 지명의 이점이 사라졌고 전면 드래프트가 부활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지방 구단들이 전면 드래프트 시행의 반대급부로 2차 드래프트를 폐지하자고 건의했다”고 귀띔했다. 전면 드래프트는 지방 구단들이 비교적 혜택을 입게 되는 제도지만 유망 선수들을 미리 선택할 수 없게 된 서울 및 수도권 구단들은 피해를 보게 됐다. 대신 2차 드래프트로 빠져나가는 선수들 대부분이 서울 및 수도권 구단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서로 이해관계의 맞교환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지방 구단들은 1차 지명부터 ‘명목상의’ 지명 등으로 골머리를 썩지 않아도 되고 유망주들이 풍부한 서울, 수도권 고교 선수들을 초기에 얻을 수 있게 됐다. 선수단 운영, 유망주 확보에도 숨통이 트였다. 그리고 선수단이 점점 축소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2차 드래프트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됐다. 유망주 수혈에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전면 드래프트로 더 이상 선수 이동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수도권 구단들 역시 더 이상 선수 유출을 고민하지 않고 선수단을 꾸릴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었다. /jhrae@osen.co.kr
NC 1차지명 마산용마고 박수현이 포토타임을 준비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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