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캄프' 은퇴 정조국, "집사람과 가족 그리고 조광래-남기일 감독님께 감사"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0.12.09 14: 54

 "집사람과 가족 그리고 조광래 감독님, 남기일 감독님께 감사 드린다". 
지난달 30일 하나원큐 K리그2 대상 시상식 2020을 통해 정조국은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프로축ㄱ연맹이 마련한 '공로상' 수상과 함께 2003년 K리그 신인왕으로 출발한 정조국의 18년 프로선수 생활은 마침표를 찍었다.
정조국은 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그동안 축구를 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도자님들과 K리그 구성원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신고등학교 졸업 후 정조국은 2003년 안양LG(현 서울)에 입단하여 프로 생활을 시작했으며 첫해부터 32경기 출장 12골-2도움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2020년까지 K리그에서만 총 17시즌을 활약하며 개인 통산 K리그 392경기 출장 121골 29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정조국은 지난 2016년 광주FC 소속으로 20골을 터뜨리면서 득점왕과 동시에 시즌 MVP도 거머쥐었다. K리그에서 신인상-최우수선수-득점상을 모두 수상한 선수는 정조국과 이동국, 신태용 3명뿐이다. 
◼︎ 다음은 정조국의 일문일답
- 은퇴계기는.
▲ 3개월 전부터 내려놔야 한다는 고민을 많이했다. 자기전에 은퇴 생각을 했다 다시 고민했다. 정말 수없이 고민했고 은퇴 결정을 했다. 많은 선수들이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내려 놓는것이 어려운 것 같다. 제주가 K리그 2에서 우승하면서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좋은 성과를 남긴 뒤에 은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 자연인의 삶은 어떤가.
▲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휴가기간이기 때문에 와 닿지 않는다. 집사람의 이야기로는 월급날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해오지 못했던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정말 몸이 힘들다. 그래서 오늘 일찍 나왔다. 그런데 여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동계훈련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다행인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안양 LG 유니폼을 입고 전남과 원정 경기서 데뷔했다. 처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다. 프로무대라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된 말도 프로에서도 씹어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돌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경기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 같다. 요즘 더욱 그 때가 생각난다.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 선수생활에 대한 아쉬웠던 기억은.
▲ 공격수이기 때문에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것도 많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그 부분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축구인생의 가장 아쉬웠던 것은 월드컵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변명이 될 수 있겠지만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는 기회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이는 상황이 많았다. 월드컵을 나서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모두 제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선수로서 나가지 못한 월드컵을 지도자로 나서고 싶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잘 준비할 생각이다. 
- 가족들의 이야기는.
▲ 가족을 생각하면서 많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장 힘들 때 그리고 기쁠 때 항상 가족들이 나의 편이 됐다. 나를 지켜주던 무기였다. 집사람은 정말 많은 희생을 했다. 축구 선수이기전에 인간 정조국에게는 결혼 전과 결혼 후가 있다. 많은 친구들에게 이야기 했지만 인생의 가장 잘한 선택은 결혼이었다. 정말 고맙다. 정말 많이 미안했다. 그 누구 보다 집사람이 많은 눈물을 흘렸다. 정말 고맙다. 멋지게 떠나고 싶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봉사하고 모시면서 살아야 한다. 
아이들은 정말 좋아한다. 첫 째는 많은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아빠가 수고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함께 하고 싶어한다. 둘 째는 정말 좋아하고 막내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둘 째가 정말 좋아해서 기분좋게 지내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아빠를 소개할 때 ‘축구선수’ 정조국이라고 소개하는 마음이면 될 것 같다. 
- 많은 지도자들에게 배웠는데.
▲ 외국인 감독님도 그렇고 많은 분들께 배웠다. 어떤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꾸준히 하고 있다. 어떤 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가르쳐 주신 분들의 장점을 모두 배우고 싶다.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장단점을 파악해서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 축구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저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며 배워야 할 것 같다. 
- 지금 지도자라면 선수 정조국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 
▲ 아직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당시에는 천방지축이었고 나 밖에 몰았다. 팀 스포츠지만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말 철부지였다. 당돌했던 선수였다. 조광래 감독님께 정말 감사 드린다. 믿음을 갖고 기다려 주셨다. 따끔한 질책도 해주지 않으셨을 것이다. 정말 감사드린다. 조광래 감독님 덕분에 프로선수 정조국이 있었다. 
- 방송계 진출 유혹은 없었나. 
▲ 사람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예능 같은 것은 성향에 잘 맞지 않는다. 감히 제가 예능을 할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또 지도자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감독이라면 무게감도 있어야 하는데 가볍게 보일 것 같다.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은 사실이었다.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지금 생각이라면 정말 잘 할 자신있다. 팬들께 받은 사랑을 지도자가 되어 돌려드리고 싶다.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 
- 집사람의 반응은. 
▲ 힘들다고 말하면 집사람은 "그만해도 된다"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정작 그만 둔다고 하니 가장 아쉬워 한다. 공로상 받을 때 혼자서 오해한 것 같다. '축구선수' 정조국을 가장 사랑하고 큰 팬인 집사람이 아쉬워 한다. 제 의사를 가장 존중해 주고 이해한 것이 정말 고맙다. 
- 남기일 감독과 대화는 했나.
▲  선수로 처음을 만들어 주신 분이 조광래 감독이시라면 마지막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신 분은 남기일 감독님이시다. 많은 대화를 나눴고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2003년 프로 데뷔 후 외국인 선수들과 끊임없이 경쟁했다. 당시에는 굳이 비싼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오는가 하는 고민도 했다. 차라리 적은 금액으로 나에게 기회를 줬다면 하는 생각도 했다.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정말 많이 성장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감사하다. 자신의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호날두-메시가 될 수 없다. 이동국-정조국도 될 수 없다.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임해야 한다. 특징 있는 선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나는 골대 앞에서는 누구보다 자신있었다. 무기를 갖고 임해야 한다. 후배들이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 프랑스 생활 기억은. 
▲ 중국과 중동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내 목표는 유럽진출이었다. 평가는 다른 분들이 하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멋진 곳도 넣었다. 그 후 프랑스에서 후배들이 잘하는 모습도 봤다. 지금 다시 돌아가더라도 그 선택을 다시 할 것 같다. 
- 유명인 아내와의 삶은. 
▲  스타부부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다른 부부들처럼 싸우기도 한다. 다만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부부다. 질문하신 기자님처럼 알콩달콩하게 살고 있다. 다른 분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 아이가 셋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 서울을 떠난 뒤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는데.
▲  2016년에 정말 좋은 결과를 얻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2015년 겨울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정말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서울을 떠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서울은 첫 사랑이었다.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당시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아들의 한 마디에 모든 것을 걸었다. 광주에 가서 잘못됐다면 이런 은퇴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쫓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남기일 감독님이 기다려 주셨다. 운도 많이 따랐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것은 사실이다. 절대 모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가장 기억 남는 골은.
▲ 모든 골이 기억난다. 데뷔골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K리그 데뷔골은 정말 많은 기대를 받고 당차게 프로에 도전했는데 막상 뛰어보니 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말 힘들었다. 10경기 동안 골을 넣지 못했다. 당시 부천SK를 상대로 넣었다. 페널티킥이었는데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청소년 대표시절 중국과 경기서 넣었던 하프 발리슛이 기억에 남는다. 
/ 10bird@osen.co.kr
[사진] 연맹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