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의 팬들을 모두 그리워 하고 있다. 상황이 곧 바뀌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한국 축구팬들을 큰 실망에 빠뜨렸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 유벤투스)의 말이다. 호날두는 10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바르셀로나 캄프누 원정을 다녀온 소회를 밝혔다.
호날두는 지난 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누에서 20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렀다.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 시절 숙적이던 바르셀로나와 리오넬 메시(33)였다.

결과는 호날두의 완승이었다. 호날두는 전반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마무리했고, 후반엔 상대 수비수 핸드볼 파울에 이은 페널티킥 골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유벤투스는 3-0 완승을 거두고 바르셀로나를 조 2위로 밀어냈다.
호날두에게 2018년 이적 후 처음으로 방문한 캄프누의 분위기는 이전과 달랐다. 9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캄프누는 코로나19 여파로 텅 비어있었다. 유관중 경기가 진행됐다면 호날두를 향한 야유와 메시와 라이벌 대결을 향한 환호성이 가득했을 것.
![[사진] 호날두 SNS 캡처](https://file.osen.co.kr/article/2020/12/10/202012101010777218_5fd176b134d25.png)
레알 시절 전성기를 구가하며 바르셀로나를 상대했던 호날두로선 어느 때보다 아쉬움이 클 상황이다. 호날두는 경기가 끝난지 하루가 지났음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SNS를 통해 “우리 모두 경기장의 팬들을 그리고 하고 있으며 바라건데 곧 상황이 바뀔 것이다. 그때까지 쇼는 계속된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호날두의 절절한 메시지라 해도 한국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아직 지난해 수 만 명의 팬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노쇼 사건’의 앙금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지난해 7월 26일 유벤투스와 함께 하나원큐 팀 K리그와 경기를 위해 방한했다. 12년 만의 방한으로 큰 화제를 모으며 평균 수 십만 원에서 최고 1700만 원에 달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입장권이 매진됐다. 6만 5천여 명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유벤투스는 당시 아시아 투어 일정을 소화하며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호날두가 45분 이상을 출전할 것이라는 대대적인 홍보가 있었다. 호날두와 K리그 선수들이 직접 몸을 부딪힌다는 것에 큰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경기 당일 호날두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팬들은 벤치에 앉아만 있는 호날두를 향해 야유를 보냈고, 메시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호날두 역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미운털이 제대로 박혔다.
호날두는 ‘우리형’이라는 별명으로 한국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후 ‘날강두’라는 오명을 얻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친선경기 주최 측에 집단 소송을 진행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당시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기엔 역부족이었다. /raul164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