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시즌이 끝나면 KBO리그 구단들은 특급 외국인 선수 지키기에 진땀을 뺀다. 미국과 일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는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크게 치솟아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다.
올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KIA 애런 브룩스, 롯데 댄 스트레일리가 메이저리그의 유혹을 뿌리치며 재계약했지만 MVP를 차지한 KT 멜 로하스 주니어는 결국 일본으로 갔다. 한신 타이거즈와 2년 최대 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두산 크리스 플렉센도 시애틀 매리너스와 2년 475만 달러에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다. 두산 라울 알칸타라도 일본 한신행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꿈을 좇아 미국으로 가면 도전을 응원하지만 금전 싸움에서 일본 팀들에 밀리면 잘 키워 남 준 것처럼 허탈하다. 이에 KBO는 지난 2019년부터 입단 2년차 외국인 선수에 한해 다년계약을 허용했다. 과거 몇몇 구단들이 특급 외국인 선수를 다년계약으로 묶어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있었지만, 규정 변경을 통해 이제는 다년계약이 공식적으로 가능하다.

다년계약으로 미국과 일본 구단들의 관심을 차단할 수 있지만 규정이 바꾼 뒤에도 ‘공식 1호’ 다년계약 선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2019~2020년 재계약 선수 모두 1년 단년계약을 맺었다. 구단과 선수 양 측 모두 2년 이상 다년계약에 소극적이었다. 협상 과정에서 다년계약 카드가 테이블에 올라오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외국인 선수 보유 인원이 3명에 불과하고, 교체도 2번만 가능한 KBO리그 환경상 구단들의 다년계약 리스크가 너무 크다. 큰 부상이라도 당하면 엄청난 낭패다. 외국인 보유에 제한이 없는 일본프로야구는 1군 등록 5명, 출전 인원 4명으로 자리가 넉넉해 검증된 선수들의 다년계약이 보편화돼 있다.
반면 구단이 다년계약을 제시해도 선수 측에서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을 발판삼아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리는 선수들이 주로 1년 계약을 원한다. 협상을 이끄는 에이전트들도 다년계약보단 1년 계약을 통해 매년 한국, 미국, 일본의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몸값 높이기를 선호한다.
올 겨울 들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롯데는 지난달 초 내야수 딕슨 마차도와 1+1년 총액 14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보장 2년 계약은 아니지만 +1년 옵션을 걸어 다년계약에 가깝다. 2021년 65만 달러, 2022년 80만 달러. 내년 시즌 후 구단이 재계약 권리를 포기하면 5만 달러 바이아웃이 지급된다. 한국에서 오래 뛰고 싶은 마차도의 의지, 구단의 안전장치 마련이 1+1 계약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아직 완전하게 2년 이상을 보장하는 다년계약은 없다. KT가 로하스를 붙잡기 위해 2년 다년계약 카드를 꺼냈지만 한신과의 돈 싸움에서 졌다. 아직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10명의 재계약 대상 선수들은 다년계약이 가능한 신분이지만 가능성은 낮다. 지금처럼 외국인 보유 숫자가 제한돼 있는 한 다년계약은 큰 모험이자 도박이다.

2023년부터 육성형 외국인 선수를 투수, 타자 1명씩 보유 가능하지만 1명당 연봉 30만 달러를 초과할 수 없어 보유 확대 같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