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커브? 주장 부담?…고개 숙인 민병헌, 2차 FA 앞두고 커리어 분수령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12.11 07: 02

부진의 이유에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유를 명확하게 분석하기 힘들다.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33)이 커리어에서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그리고 내년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게 된다. 자신의 커리어에서도 분수령이 될 2021시즌이다.
2020시즌, 롯데의 주장으로 선임되어 의욕적으로 시즌을 맞이했던 민병헌이다. 개인적인 타격폼 수정으로 장타를 증대하려는 노력까지 더해지며 올해 그라운드 안팎에서 활약을 기대했다. 비록 타격폼 수정은 시즌을 앞두고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민병헌의 커리어에서 기대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성적 자체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민병헌답지 않은 모습의 연속이었다. 수비와 주루에서는 기대치를 충족시켰지만 결정적으로 타격 부진이 심각했다. 5월 첫 한 달 간은 타율 2할5푼3리(91타수 23안타) 2홈런 6타점 13득점을 기록하며 ‘언젠가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러나 이후 민병헌은 회복되지 않았다. 5월 13~14일 사직 두산전 끝내기 홈런과 리드오프 홈런으로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것이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홈런이었다. 

6회초 1사 만루 롯데 민병헌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어난뒤 아쉬워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그럼에도 민병헌은 1군에 자리를 지켰다. 선수들을 다독이고 사기를 끌어올리는 클럽하우스 리더의 역할을 간과하지 않았던 허문회 감독의 의중이 담겨 있었다. 민병헌 스스로 2군행을 자처하기도 했지만 허문회 감독이 만류했다. 선수 개인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개인 성적과 주장의 역할 모두 챙기는 것은 쉽지 않다”며 민병헌을 감쌌고 커리어를 믿으며 되살아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민병헌은 끝내 개인 성적에 대한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았고 주전 중견수 자리는 정훈, 김재유 등에게 내줬다. 주장의 역할은 다했지만 자기 자신을 챙기지 못했다. 109경기 타율 2할3푼3리(309타수 72안타) 2홈런 23타점 OPS 0.582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주전으로 도약했던 2013년 이후 처음으로 3할 타율에 실패했다(규정 타석 미달 시즌 포함). 
고참 비중이 많고 어린 선수들도 이제 막 1군에서 자리 잡아가는 과도기적인 선수단 특성상 주장은 중간 다리 역할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했다. 코칭스태프, 구단간의 소통 창구 역할도 해야했다. 개인 성적에 신경쓰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FA로 합류해 3년차를 맞이했지만 프랜차이즈 출신이 아닌 점도 적지 않은 고충이었을 터.
하지만 타구의 질, 타격 폼, 선구안 등 타석에서의 모습은 민병헌의 본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평가도 있다. 만 33세로 여전히 전성기를 구가해야 했지만 급격한 에이징 커브가 찾아왔다는 분석도 있다.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민병헌의 부진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모든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은 2021시즌 완벽한 반등에 성공하는 것이다. 주장 완장도 전준우에게 넘겨주며 부담을 덜었다. 무엇보다 2021시즌이 끝나고 민병헌은 4년 80억 원의 FA 계약이 끝난다. 두 번째 FA 시즌을 맞이하는 만큼 민병헌의 동기 부여도 남다를 것이다. 아직 선수 커리어의 절정을 찍을 수도 있는 나이. 민병헌의 커리어에 가장 중요한 2021시즌이 될 전망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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