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전 KIA 타이거즈 퓨처스 감독 하면 '국민타자' 이승엽의 스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승엽은 1군 통산 타율 3할2리 7132타수 2156안타 467홈런 1498타점 1355득점을 기록하는 등 '국민타자'로 불려왔다. 이런 성장이 이뤄지기에는 박흥식 전 감독의 역할이 컸다.
이승엽은 자신의 자서전 '나. 36. 이승엽'에 박흥식 전 감독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박흥식 코치님과의 만남 또한 내겐 큰 행운이었다. 늘 한결같은 큰형님 같았다.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 할까. 그분과 나는 야구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가슴 속에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을 만큼 인간적인 신뢰가 두터운 사이였다. 때로는 막내동생처럼 투정을 부려도 허허 웃으시며 다 받아주셔서 나는 '빵 코치님'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또 "코치님은 젊은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스타일이다. 혈기왕성한 선수들이 야구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끔 잘 챙겨주셨다. 나뿐만 아니라 또래 선수들도 유독 박흥식 코치님을 잘 따랐다"고 덧붙였다.
1995년 입단 후 경산 볼파크 숙소에서 지냈던 이승엽은 경기가 있든 없든 하루에 한 시간씩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야간 경기가 끝난 뒤 숙소에 가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심지어는 수도권 원정 경기를 마치고 새벽 두세 시에 숙소에 도착한 뒤 홀로 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승엽에게 개인 훈련은 그날 경기에 대한 복기와 반성이 기회이자 다음 날을 위한 준비 과정이기도 했다. 좋은 활약을 펼친 날이면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했고 안타를 못 친 날이면 방망이를 힘껏 휘두르며 분한 마음을 떨쳐냈다.
![[사진]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0/12/12/202012120615777790_5fd3e2c08d965.jpg)
이승엽은 "당시 코치님도 경산 볼파크 숙소에서 지냈는데 야간 훈련을 할때마다 하나하나 챙겨주셨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난다. 그냥 쉬셔도 될 텐데 훈련이 끝날 때까지 티볼을 올려주는 정성을 보이셨다.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대구고에서 만난 박흥식 전 감독은 이승엽 이야기가 나오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승엽이의 뛰어난 재능보다 더 대단한 건 엄청난 노력이다.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승엽이의 좌우명처럼 노력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승엽이 만큼 열정을 가진 선수는 없었다. 새벽 3~4시까지 개인 훈련을 했다. 많은 사람들은 승엽이가 성공한 모습만 보는데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은 잘 모른다. 승엽이처럼 죽기 살기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야말로 벼랑 끝 각오로 하지 않으면 이겨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젊은 선수들의 노력 부족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박흥식 전 감독은 "실내 훈련장 불이 너무 일찍 꺼진다"고 말했다. 그만큼 노력을 안 한다는 의미다. 그는 "예전에는 자정까지 켜져 있었는데 지금은 밤 8~9시면 다 꺼진다. 누가 못 쓰게 하는가. 환경은 더 좋아졌는데 열정은 더 식은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리그를 대표할 만한 타자가 나올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젊은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이 부족하고 세대 교체의 흐름에 베테랑 타자들의 은퇴 시점이 빨라져 젊은 타자들이 보고 배울 선배가 줄어든 게 아쉽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박흥식 전 감독의 우려대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20대 타자 하면 이정후(키움)와 강백호(KT)가 유이하다. 프로야구 수준과 인기 회복을 위해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what@osen.co.kr
![[사진]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0/12/12/202012120615777790_5fd3e2e629f7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