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 김기덕 감독, 영화계 애도 없는 이유[김보라의 뒷담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12.13 14: 18

 김기덕 감독이 환갑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합병증이다. 국내외 영화계 관계자들이 사망하면 여기 저기서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지만 유독 김기덕 감독에게는 전무하다시피하다. 베니스, 베를린, 칸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연출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말이다. 
김기덕 감독이 유명을 달리한 이후 여러 가지 반응과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경력이 높고 내공이 많은 제아무리 출중한 감독일지라도 생전 저지른 잘못은 죽음 앞에서 용서해줄 수 없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최근 한국영화감독협회 측 한 관계자는 OSEN에 “김기덕 감독은 성폭행 논란이 있었던 2018년 ‘자동제명’됐다. 현재 협회 소속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인간적으로 안타깝지만 김 감독의 사망에 대해 공식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영화감독조합 측도 같은 날 “김기덕 감독은 현재 조합 소속이 아니다.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현재 국내 영화 관계자들의 입장은 이렇다.
물론 일각에서는 재기를 꿈꾸며 해외에서 코로나19로 객사해 안타깝다는 애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달 11일(현지 시각)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로 숨진 김 감독은 최근 집을 구입한 뒤 영주권을 취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5일 이후 측근들과 연락이 두절됐으며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수도 리가의 병원에 입원했다가 병세 악화로 숨졌다. 외교부가 유족에게 이같은 사실을 전달했는데, 코로나19로 해외 이동이 쉽지 않고 시신 운구도 어려워 현지에서 화장하기로 했다. 
냉정하게 보일 수 있지만 故김기덕 감독을 향해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일련의 성폭력 사건 때문이다.
영화계에서 곪을 대로 곪아 있었던 김기덕 감독의 성폭행 논란이 2017년부터 수면 위로 나와서다. 한 여자 배우가 김 감독으로부터 연기 지도라는 명목으로 뺨을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했다. 이듬해 서울중앙법원은 김 감독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2018년 김기덕 감독은 미투 운동의 주인공으로 지목됐다. 그가 감독의 직위를 부당하게 남용해 여성 배우들과 스태프를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강제 추행하고, 심지어 성폭행까지 하기도 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같은 해 MBC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 감독의 성폭력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김기덕 감독은 방송사와 배우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방송사와 배우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법원으로부터 패소한 김 감독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항소했다.
미투 폭로 후 김 감독이 키르기스스탄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에 위촉되는 등 러시아와 주변국에서 활동해온 것은 이같은 국내 기류를 염두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떠난 김 감독이나 유족이 보면 조금은 국내 영화계에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눈앞에 들이닥친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으로 인한 슬픔이 크긴 하나, 그 무게가 곧 모든 행동을 불가침의 성역 속에 두고 보호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충격적인 부고 소식을 접한 후 인간적인 슬픔과 애도를 잠시 느끼고 곧바로 냉정한 이성을 찾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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