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부산 선거철 판독기 '야구장 공약'... 사직구장의 운명은?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12.13 17: 20

부산의 선거철이 돌아왔다. 다른 것을 볼 필요가 없다. 부산의 선거철 ‘판독기’와도 같은 시장 후보들의 야구장 공약이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지난 4월, 성추행 파문으로 오거돈 전 시장이 사퇴를 하면서 부산시장 자리는 공석이 됐고 오는 2021년 4월 7일, 시장 선출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지난 8일부터 예비후보 등록 신청을 받으며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 예비후보들이 각종 공약을 내놓고 있다. 아직 예비후보 등록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야구장 관련 공약들이 알려지고 있다.
국민의 힘 예비후보 등록 예정인 이언주 전 의원은 부산 앞바다에 부유식 야구장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매립 대신 물에 뜨는 플로팅 공법을 활용하겠다는 복안으로 부울경 조선업체들의 기술을 활용하고 사업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24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9년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sunday@osen.co.kr

국민의 힘 이진복 전 의원의 경우 부산시장 출마를 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야구장 공약을 발표했다. 기존 사직구장 부지에 2만8000여 석 규모의 돔구장을 건립하면서 ‘사직메가스포시티’를 조성하겠다는 방안이다. 돔구장의 예산 책정 및 조달 방법도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신축 1500억 원, 돔 설치 1000억 원 등 총 2500억 원을 예상 소요 비용으로 산정했고, 국민체육기금 등 국비와 시비, 민간 투자로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아울러 스포츠산업진흥법 등을 근거로 사용료 선납 개념으로 민간 투자를 유치해 2027년까지 돔구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사직 인근 실내생활체육시설을 발전시키고 스포츠용품 백화점, 비즈니스 호텔 건립 등으로 복합 스포츠단지를 만들겠다는 공약까지 덧붙였다. 
이진복 전 의원의 공약은 이전의 부산시장 후보들과 달리 상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약이다. 다른 예비후보들이 신구장과 관련해 어떤 공약을 내세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실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야구장 관련 공약이었다. 
하지만 신구장 공약이 발표됐을 때 팬들 및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또 선거철이 돌아왔네”라며 비아냥댄다. 야구장 공약은 선거시즌의 판독기와도 같았다. 그만큼 부산의 신구장 관련 공약은 허황된 얘기들 뿐이었고, 포퓰리즘적 공약이었다. 실현 가능성은 없었고 기대치도 낮아졌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야구장을 공공재로 여기고 건립해야 한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후보들이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공약에 포함해야 한다”면서 "사직구장은 비가 올 때마다 천장에서 비가 샌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 롯데 팬들의 열정에 비해 부산시와 롯데 구단은 성의가 부족하다. 부산시와 롯데 구단은 열정적인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부산시는 엉뚱한 데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새 구장을 건립해야 한다. 야구장을 야구 경기만 열리는 곳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 돔구장이 건립되면 더 좋겠지만 일반 구장이라고 새롭게 지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롯데는 그동안 노후화된 사직구장의 리모델링, 신축 등을 위해 부산시와 다각도로 협의를 했다. 하지만 대화는 언제나 진전이 되지 않았다. 부산시는 무관심했고 롯데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현재 사직구장 운영 주체인 부산시 시설관리공단의 몽니 속에 사직구장 임대료 협상 및 리모델링 을 비롯한 시설 개선 사업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시민단체들 역시 대기업 특혜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발목 잡기에만 혈안이었다. 야구장 개발을 할 수 없는 지자체의 여건이었다.
비가 오면 덕아웃 곳곳에 물웅덩이가 고이고, 천장에서는 물이 샌다. 바퀴벌레, 쥐 등 해충들도 득실거린다. 이따금씩 정전도 일어난다. 과연 이번 선거시즌이 지나고, 사직구장의 운명은 바뀔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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