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으로서 답답한 부분이다.”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최초로 1980년대생 사령탑이 된 고희진(40) 삼성화재 감독이 혹독한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리빌딩’ 시즌을 각오했지만 생각보다 험난한 과정이다. 스스로 ‘초보 감독’이라고 일컫는 고희진 감독의 고민도 점점 깊어진다.
삼성화재는 13일 대전 홈에서 열린 OK금융그룹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졌다. 1~2세트를 내준 뒤 3~4세트를 잡으며 상승 흐름을 탔지만 마지막 5세트 고비를 넘지 못한 채 무릎 꿇었다. 지난달 19일 대한항공전을 시작으로 최근 7연패 부진.

삼성화재의 7연패는 팀 역대 최다 타이 불명예 기록이다. 전임 신진식 감독 시절이었던 2020년 1월17일 한국전력전부터 2월11일 KB손해보험전까지 7연패를 당한 바 있다. 시즌이 아닌 기간으로 따지면 1년에 벌써 두 번의 7연패다.
통합 우승 5회, 챔프전 우승 8회, 정규리그 우승 7회에 빛나는 ‘배구 명가’ 삼성화재도 이제는 옛말이다. 지난 2시즌 동안 4위, 5위에 그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올 시즌은 창단 첫 꼴찌 위기에 몰렸다. 2승12패 승점 12점으로 6위에 올라있지만 7위 현대캐피탈(4승10패 승점 11점)보다 승리가 적다.

12패 중 무려 7패가 풀세트 접전일 정도로 아쉬운 경기가 많다. 젊은 선수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분위기에 쉽게 휩쓸린다. 13일 KB손해보험전을 마친 뒤 고희진 감독은 “5세트까지 잘 끌고 왔는데 훈련한 것이 안 나온다. 초보 감독으로서 답답한 부분이다. 훈련 때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텐데…”라며 “결국 감독인 내가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내지 못한 잘못이다”면서 자책했다.
외국인 선수 바르텍도 좋을 때는 폭발력이 있지만, 기복 심한 모습으로 고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스스로 전체 2순위로 뽑은 선수이고, 코로나19로 인해 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끌고 갈 수밖에 없다. 바르텍은 이날 KB손해보험전에서 양 팀 최다 40득점을 폭발했지만 마지막 5세트에서 6득점을 몰아친 상대 외국인 선수 펠리페에게 결과적으로 판정패했다.
고 감독은 “바르텍이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를 지면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성공률이 낮더라도 중요할 때 때려서 점수를 내주는 게 에이스 역할”이라고 분발을 촉구한 뒤 “팀에 부족한 면이 있으니 승리로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상황과 통계에 맞춰 확률 높은 공격을 찾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승패에 대한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선수들이 자책하거나 위축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