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US여자오픈과 한국 선수와의 우승 인연은 올해도 계속됐다. 이번에는 더 극적인 승부와 결과가 연출됐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2020시즌 상금랭킹 21위의 김아림(25)이 총상금 550만 달러(약 60억원)가 걸린 US여자오픈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했다. 김아림은 2013년 KLPGA에 입회해 2016년부터 정규 투어에서 활동했고, 2018년과 2019년에 한 번씩의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2020시즌에는 우승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US여자오픈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김아림은 국내 투어에서 장타자로 이름을 높고, 드라마틱한 경 경기 스타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이 미국 프로골프, 그것도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통했다.

김아림은 한국시간 15일 새벽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챔피언스 골프클럽(파 71)에서 열린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엮어 4타를 줄이며 우승권으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당초 최종라운드는 14일 열려야 했으나, 악천후로 경기가 하루 순연됐다. 최종라운드를 시작할 때 김아림은 선두와 5타나 차이(중간합계 1오버파)가 났지만 선두권 선수들이 스코어를 줄이는데 애를 먹고 있는 사이 조용히 대형 사고를 쳤다.
전반 9개홀에서 버디 3개를 잡은 김아림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2개홀 연속 보기를 범하며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이는 대반전을 위한 숨죽임이었다. 16번홀부터 3개홀 연속 폭풍 버디를 쓸어 담으며 긴장감을 극한도로 끌어올렸다. 기적같은 3연속 버디로 김아림은 최종합계 3언더파, ‘US여자오픈 첫 출전 우승’이라는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김아림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100만 달러(약 10억 9,000만 원)의 우승상금을 받는다. 김아림이 KLPGA 투어에서 쌓은 2020 시즌 상금은 1억 8,757만 원이었다.
김아림의 우승으로 US여자오픈은 다시 한번 한국 선수와 우승 인연이 깊은 대회로 확인됐다. 1998년 ‘맨발 투혼’의 박세리를 시작으로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 2013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 박성현(2017년), 이정은(2019년)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아림은 US여자오픈을 제패한 11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또한 김아림은 LPGA 투어 첫 승을 US여자오픈에서 거둔 스무 번째 선수가 됐고, LPGA 투어 첫 승을 US여자오픈에서 거둔 일곱 번째 한국 선수(김주연 박인비 유소연 전인지 박성현 이정은)가 됐다. LPGA 비회원이면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경우는 김아림이 통산 10번째다. 비회원이 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경우는 서른 번째다. 대회 직전까지 김아림의 롤렉스 세계 랭킹은 94위인데, 2006년 롤렉스 랭킹이 시작된 이래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가장 낮은 순위다.
김아림은 US여자오픈 출전부터가 극적이었다. 세계랭킹 50위 안에 들지 못했던 김아림은 평상시 같으면 대회 출전 자격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예선이 없어지면서 미국골프협회(USGA)가 문호를 넓혔고, 그 덕에 김아림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김아림의 뒤를 이어 고진영이 최종합계 2언더파로 공동 2위, 박인비와 이정은은 2오버파로 공동 6위에 랭크됐다.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며 관심을 받았던 일본의 시부노 히나코는 1언더파 단독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아림은 이번 우승으로 LPGA 투어 진출권과 향후 10년 동안 US여자오픈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도 얻었다.
김아림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정말 영광스럽고 내가 우승했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내가 항상 우승했던 분위기와 많이 다르고, 코로나 때문에 다른 환경에서 우승을 한 것이기 때문에 어색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마지막 3개홀 연속 버디 상황에 대해서는 “파3 16번 홀은 5번 아이언으로 맞바람 182야드에서 쳤다. 핀에서 3야드 정도 지나간 것을 넣었다. 17번 홀은 유틸리티 클럽으로 티샷했고, 8번 아이언으로 붙여서 버디를 잡았다. 18번 홀은 3번 우드, 48도 웨지로 쳐서 버디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