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핑계 대지 않겠다.”
SK 와이번스는 2020시즌을 9위로 마쳤다. 2018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고 2019년 정규 시즌 2위로 마친 SK는 올해 속절없이 추락했다. 감독도 주축 선수들도 쓰러졌다. SK는 1년 동안 팀 컬러를 잃었다. 홈런을 펑펑 날리던 힘도 없어졌고, 마운드는 상대 타선을 압도하지 못했다. 연승은 보기 어려웠고, 연패는 끊기 힘겨웠다.
선수단은 자존심이 상할 만큼 상했다. 특히 투수들이 더욱 그렇다. 2018년(4.67)과 2019년(3.48) 2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던 마운드는 올해 최하위(5.57)로 떨어졌다. 이 모든 탓은 외국인 투수 2명 실패와 ‘에이스’ 노릇을 하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메이저리그 무대로 떠난 공백이 컸다. 남아 있는 선수들 처지에서는 씁쓸한 상황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뒤를 돌아볼 수는 없다. 외국인 투수 2명도 모두 교체했고,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에이스’ 김광현의 공백은 남아 있는 선수들이 메워야 한다. 이 일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문승원(31)과 박종훈(29)은 두 자릿수 승수를 쌓을 수 있는 투수들이다. 특히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11승 7패)를 거둔 문승원은 올해 아쉬움(6승 8패, 평균자책점 3.65)을 씻어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문승원은 “내년에는 이러한 모습 보여주기 싫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문승원은 “(김)광현이 형 얘기가 계속 나왔다. 그만큼 존재감이 있었다.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광현이 형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시즌 전에는 ‘광현이 형이 있든 없든 팀은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막상 시즌에 돌입하고 연패에 빠지니 광현이 형 생각이 많이 나더라.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이 너무 작아졌다. 올해 너무 못했다. 후배들에게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2020시즌 종료 전, 문승원은 2021시즌을 바라보고 먼저 시즌을 마감했다.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때문이다. 그는 10월 13일 수술대에 올랐고, 현재 재활 중이다. 문승원은 묵직한 패스트볼을 던지고 제구력이 좋은 선수다. 그동안 4~5선발로 나섰지만, 2~3선발 노릇을 해줄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하지만 보여준 게 적어 스스로 아쉬움도 많다. 그래서 내년에는 모든 것을 되살리겠다는 각오가 상당히 단단하다.
문승원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다. 지난해 비시즌에는 박종훈과 함께 배드민턴을 치며 체력과 순발력 등 운동을 해왔지만, 팔꿈치 수술과 ‘코로나19’가 겹치면서 현재는 정해진 운동만 하는 중이다. OSEN과 인터뷰에서 그는 “재활조에 속해 재활 중이다. 다른 운동은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이어 그는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에 들어간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내년 캠프는 제주도로 향하는데, 좀 일찍 가서 준비를 할 것이다. 재활조는 먼저 몸을 만들고 있어야 캠프 일정을 따라갈 수 있다”며 2021시즌 준비 계획을 밝혔다.
내년을 생각하다 보니, 올해 아쉬운 점들도 절로 떠올랐다. 문승원은 “그동안 ‘몇몇 선수들에게 너무 의존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수모를 겪었다. 내년에는 반드시 좋아질 것이다. 핑계 대지 않겠다. 올해 못한 것은 인정하고, 내년에는 핑계를 대지 않는 시즌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야구 잘 하는 선배가 되겠다. 백 마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일찌감치 2012년 프로 무대에 뛰어든, 베테랑이 된 문승원의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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