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잊지말자 18연패 치욕…'말로만 리빌딩' 끝내야 한다 [2020 한화 결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2.21 05: 30

2020년 한화 이글스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치욕’이다. KBO리그 역대 최다 타이 18연패 충격 속에 감독 교체와 창단 첫 10위 추락. 안 좋은 것은 다 나온 해였다. 
두 번의 사과문이 올해 한화의 모든 것을 말한다. 지난 6월 14일 18연패를 끊은 날, 한화는 ‘야구를 너무 못해서’ 첫 사과문을 발표했다. ‘분골쇄신’을 외치면서 구단 정상화를 다짐했지만 9월 3일 두 번째 사과문으로 이마저 무색해졌다. 팀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과정에서 미흡한 대처로 논란을 키웠다. 결국 박정규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문제가 한꺼번에 손 쓸 틈도 없이 터졌다. 2009년부터 최근 12년간 6번이나 리그 최하위에 그친 한화는 ‘꼴찌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표현대로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이 현실에 존재한다. 그게 바로 지금의 한화다. 

경기를 마치고 한화 선수들이 고개를 떨구며 덕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 rumi@osen.co.kr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잃을 게 없는 한화는 시즌 막판부터 대대적인 팀 개혁을 준비했다. ‘레전드’ 김태균의 현역 은퇴가 그 신호탄이었다. 팀을 위해 결단을 내린 김태균의 은퇴로 한화는 큰 추진력을 얻었다. 김태균이 은퇴했는데 나머지 베테랑들이 남아있을 명분이 없었다. 새로운 팀으로 완전하게 탈바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시즌 후 이용규를 비롯해 주축 베테랑 선수들이 한꺼번에 정리됐다. 시즌 도중 물러난 한용덕 감독에 이어 장종훈, 송진우 등 프랜차이즈 코치들과도 결별했다. 선수와 코치진뿐만 아니라 프런트도 큰 폭으로 개편됐다. 정에 휩쓸리지 않고 싹 다 바꿨다. 이번에 제대로 쇄신하지 않으면 끝이란 절박함이 작용했다. 
경기 종료 후 한화 선수들이 인사를 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나가고 있다. /sunday@osen.co.kr
구단 첫 40대 박찬혁 대표이사가 선임된 뒤 개혁 드라이브에 속도를 냈다. 그동안 보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구단 최초의 외국인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를 선임했다. 주요 보직에 외국인 코치들이 가세하며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새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최악의 시즌에도 가능성을 보여준 유망주들이 한화의 희망이다. 투수 김민우, 김범수, 강재민, 윤대경, 내야수 노시환, 박정현, 조한민, 외야수 임종찬, 최인호 등 20대 초중반 유망주들이 자리를 잡거나 잠재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마이너리그 15년 감독의 ‘육성 전문가’ 수베로 감독과 외국인 코칭스태프의 선진적인 지도 효과가 더해진다면 무섭게 폭발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외국인 감독은 마법사가 아니다. 감독 하나 바뀐다고 모든 게 단숨에 해결될 수 없다. 구단의 선수 수급과 지원은 필수다. KBO리그에선 리빌딩이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 매년 말로만 하는 리빌딩, 세대교체, 뎁스 강화는 허망한 구호에 그쳤다. 현장과 프런트의 불협화음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돌아가길 반복한 게 어언 10년이 지났다. 
이제는 현장과 프런트, 구단 고위층까지 모두 인내를 갖고 한 곳을 바라보며 체계적으로 협업해야 한다. 고행의 길이 되겠지만 그래도 올해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18연패의 치욕을 잊지 않고 혁신의 첫걸음으로 삼아야 할 2020년이다. /waw@osen.co.kr
[사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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