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단골손님→5년째 PS 구경꾼' 삼성, 오재일+외국인에 기대한다 [2020 삼성 결산]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0.12.23 20: 10

지난해 9월 30일 프로야구계에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은 허삼영 전력분석팀장을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허삼영 감독은 1991년 입단 당시 우완 정통파로 기대를 모았으나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1군 통산 4경기에 등판해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15.43을 거뒀다. 은퇴 후 1996년 훈련지원요원으로 입사해 1998년 전력분석 업무를 주로 담당하며 감독 선임 이전까지 전력분석팀장과 운영팀장을 겸임했다. 
구단 측은 "허삼영 감독은 데이터 야구에 강점이 있으며 2018년부터 삼성라이온즈파크에 트랙맨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후 운용하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소개했다. 또 "20년간의 전력분석 노하우를 갖춘 허삼영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기량 및 성향을 잘 파악하고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30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연장 10회초 KT 허도환, 강민국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 삼성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ksl0919@osen.co.kr

허삼영 감독은 기존의 틀을 깨는 선발 라인업과 멀티 포지션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꾀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7월 7일 키움을 꺾고 2015년 10월 5일 이후 1737일 만에 4위에 등극하며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의 불씨를 키우기도 했으나, 정규 시즌 64승 75패 5무(승률 .460)로 8위에 머물렀다. 
허삼영 감독은 시즌이 끝날 무렵 "내야와 외야를 왔다 갔다 하는 복안을 가지고 시작했으나 득보다 실이 더 많았다. 전반기가 끝난 뒤 내야-외야 이동은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우리 팀은 고정 라인업이 없다. 최근 몇년간 성적을 봐도 리그를 대표할 만한 성적을 거둔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았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내부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멀티 포지션을 추구했는데 적응 기간 등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오재일의 등번호가 44번으로 확정됐다. 삼성라이온즈 팀스토어는 23일부터 오재일 마킹 유니폼을 판매한다. /what@osen.co.kr
여러모로 아쉬움도 많았지만 소득도 적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15승을 거두며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타이 기록을 세웠고 최채흥이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이승현, 최지광, 김윤수 등 젊은 투수들이 성장했다.  
타자를 살펴보면 이적 첫해 부진의 늪에 허덕였던 김동엽이 타율 3할1푼2리 129안타 20홈런 74타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김상수는 데뷔 첫 3할 타율을 달성했다. 이밖에 이성규, 김호재, 박승규 등 새 얼굴의 발전 가능성도 확인했다. 
삼성은 시즌 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외국인 원투 펀치 뷰캐넌, 라이블리와 재계약했고 일본프로야구 출신 호세 피렐라(외야수)를 영입해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무엇보다 FA 오재일 영입이 가장 반가운 소식. 그동안 타자친화형 구장을 안방으로 사용하면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삼성은 오재일의 가세로 중심 타선의 무게감과 좌우 균형이 한층 더 좋아졌다. 
물론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외국인 투수 듀오와 함께 선발진을 이끌 확실한 토종 카드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백정현, 최채흥, 원태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강민호의 뒤를 받칠 백업 포수를 찾는 것도 숙제다. 장필준, 이학주 등 해줘야 할 선수가 해줘야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게 부상 방지. 제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다치면 소용없다. 
삼성 팬들은 승리에 목마르다. 한때 '시즌 개막=한국시리즈 진출'을 당연하게 여길 때도 있었지만 2016년 이후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실망만 가득하다. 한 삼성 팬은 "퇴근 후 삼성 경기를 보는 게 가장 큰 낙이었는데 언제부턴가 할 게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허삼영 감독은 "이제 핑곗거리가 없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고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이젠 잘할 때도 됐다. 더 이상 실망을 안겨줘선 안 된다. 팬들에게 삼성 라이온즈는 프로야구단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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