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린 애들 겁줄 때 '망태할아버지가 와서 잡아간다'고 했잖아요."
KB손해보험은 2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과의 3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3-25, 25-18, 25-20, 25-20)로 승리했다. KB손해보험은 12승 6패 승점 35점으로 선두 대한항공(13승 4패 승점 35점)과 승점 차를 지운 2위로 3라운드를 마쳤다. 대한항공이 한 경기를 덜 치른 만큼, 차이는 벌어질 수 있지만, 남은 4~6라운드에서 뒤집기를 노릴 수 있는 입장이 됐다.
지난 5시즌 동안 KB손해보험은 봄배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2017-2018시즌 4위가 최고 성적으로 나머지는 하위권을 전전했다.

올 시즌 이상열 감독이 부임하고 '특급 외인' 케이타를 영입하면서 KB손해보험은 '약체' 이미지를 완벽하게 지웠다. 연패보다는 연승이 익숙한 팀이 됐고, 지고 있어도 마지막 순간 뒤집을 수 있는 저력을 보여줬다.
세터 황택의는 달라진 부분으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들었다. 황택의는 "예전에는 2~3점 차 이기도 있어도 불안하고 잡힐 거 같았는데, 이제는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오늘도 1세트 점수가 벌어졌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힘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이상열 감독도 팀에 긍정 에너지를 심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망태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운을 뗐다. 이 감독은 "어릴 때 아이가 잠을 안 자거나 말을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고 하지 않았나. 겁을 주는 것이다. 감독도 선수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는 이야기로 두려움을 심어준다. 못하는 팀일수록 감독이 '망태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겁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할 일은 선수들에게 '망태할아버지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두려움을 주기보다는 정확하게 진실을 말해주고 긍정적인 말로 안심시키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선수들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외부 스트레스를 차단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감독이 받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상열 감독은 "말만 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지난 22일 한국전력전을 앞두고 이상열 감독은 선수들에게 10kg를 감량하겠다고 선언했다. 26일 경기를 앞두고 이 감독은 “사실 다이어트를 말하기 이틀 전부터 저녁을 먹지 않은 덕분에 4kg가 빠졌다”고 웃었다.
이상열 감독은 '갑작스러운 다이어트 선언' 배경에 대해 "입으로만 하면 소용히 없다. 소통에 진실을 담아야 한다. 말로만 '너희를 위한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선수의 입장을 다를 수 있다"라며 "내가 맑고 기운이 맑고 건강해야 그런 모습이 전해진다"라며 "힐링센터다. 나도 같이 힐링이 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감독도, 선수도 모두 긍정의 힘이 생겼다. 시즌 절반을 마친 KB손해보험의 가장 큰 수확인 셈이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