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휩쓸린 키움의 2020년, 내년에는 야구’만’ 할 수 있을까 [2020 키움 결산]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20.12.27 13: 02

창단 첫 우승에 도전했던 키움 히어로즈의 2020년은 허무한 5위로 끝났다. 
지난해 창단 두 번째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키움은 올해 창단 첫 우승을 향한 꿈을 키웠다. 하지만 그 꿈은 2020년이 오기 전부터 삐걱거렸다. 
지난 한국시리즈가 끝난 이후 키움은 준우승을 이끈 장정석 감독과의 재계약 불가를 발표했다. 당시 KBO로부터 영구실격 징계를 받은 이장석 전대표가 여전히 구단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옥중경영’ 논란이 있었고 장정석 감독의 재계약에도 불똥이 튀었다. 

경기종료 후 연장승부 끝에 패한 키움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손혁 감독은 논란 속에 지휘봉을 잡았지만 차근차근 2020시즌을 준비했다. 제이크 브리검, 에릭 요키시를 모두 잡으면서 선발진의 기반을 다졌고 한현희를 선발투수로 전환시키는 등 투수 출신 감독답게 투수진 구성에 공을 들였다.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일본으로 떠난 타점왕 제리 샌즈 대신 팀에 합류한 외국인타자 모터가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10경기 만에 방출됐고 에이스 브리검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요키시, 조상우, 이정후, 김하성, 김혜성 등이 활약하며 초반 돌풍을 이끌었다.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한 키움은 6월 20일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발표를 했다. 시카고 컵스에서 뛰며 2016년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선정됐고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한 애디슨 러셀을 영입한 것이다.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러셀 영입은 키움의 한국시리즈 도전에 방점을 찍을 승부수로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러셀은 65경기 타율 2할5푼4리(244타수 62안타) 2홈런 31타점 OPS 0.653으로 부진하며 키움의 고민거리고 전락했다. 러셀 승부수가 실패로 돌아간 키움은 선발진이 부상으로 붕괴되며 시즌 막판 순위 경쟁에서 치고나갈 동력을 잃었다. 
그럼에도 리그 3위를 지키고 있던 키움에 다시 한 번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손혁 감독이 10월 8일 돌연 사퇴한 것이다. 공식발표는 자진사퇴였지만 외압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현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완주한 키움은 5위로 시즌을 마쳤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LG 트윈스에게 패하며 짧은 가을야구를 마쳤다. 
경기에 앞서 키움 손혁 감독이 훈련 중인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sunday@osen.co.kr
2020년 키움의 전력은 나쁘지 않았다. 팀득점(759)은 5위로 중위권이었지만 팀실점(692)은 최소 1위를 기록했다. 시즌 내내 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은 손혁 감독이지만 결국 본인이 공언했던 투수진 육성 만큼은 나름 성공적으로 마친셈이다. 이 투수진은 큰 변동없이 내년 시즌에도 이어진다. 
이번 겨울 키움은 많은 불확실성 속에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손혁 감독이 떠난 감독 자리는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있다. 하송 대표이사가 지난달 26일 사임하면서 감독 선임까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신임 대표이사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직은 내년까지 빈자리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올해를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은 이택근과의 불화 속에 KBO로부터 징계를 받을 위험에 처해있다. 이택근이 품위손상을 이유로 키움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키움은 지난해 6월 허민 이사회 의장이 2군 선수들과 캐치볼 등을 하며 논란이 됐을 때 해당 영상을 촬영한 제보자를 색출하려고 CCTV를 확인하고 이택근에게 정보를 강요한 의혹을 받고 있다. 
KBO는 지난 22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키움 처분에 대해 논의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임기를 마치는 정운찬 총재가 상벌위의 최종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의 근거가 모호하지만 키움을 징계처분해야한다는 정운찬 총재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구 외적으로 정신이 없는 키움은 팀 전력 역시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주전 유격수 김하성이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아직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다수의 현지매체들은 김하성이 다년 게약을 맺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하성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더욱 중요해진 외국인타자는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워낙 외국인타자 때문에 고생한만큼 확실한 타자를 데려온다는 입장이다. 외국인투수는 올해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요키시와 재계약에 성공했고 4년간 함께했던 브리검은 조쉬 스미스로 교체했다. 
2020시즌 내내 외풍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여전히 선수들의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김독, 외국인타자, 김하성, KBO 징계 등 수 많은 것들이 불확실하게 남아있는 키움은 내년 정말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fpdlsl72556@osen.co.kr
키움 김하성.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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