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웅(27, DB)이 코비 브라이언트의 기를 듬뿍 받았다.
원주 DB는 31일 안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89-67로 제압했다. 4연패를 끊은 DB(7승 19패)는 9위 LG(9승 16패)를 2.5경기차로 추격했다. 2연패를 당한 KGC(14승 11패)는 3위가 됐다.
승리의 주역은 허웅이었다. 발목부상에서 돌아온 허웅은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팀의 최하위 추락에 통증을 참고 뛰고 있다. 이날 허웅은 4쿼터 승부에 결정적인 3점슛을 꽂으며 16점, 2어시스트, 1스틸, 1블록슛으로 활약했다. 2점슛 6개는 모두 성공하며 확률을 높였다.

경기 후 허웅은 “2020년 마지막 경기를 이겨서 기분이 좋다. 2021년에는 오늘처럼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부상후유증이 없지 않다. 당연히 발목이 아프다. 그것 때문에 못했다는 것은 선수로서 핑계다. 농구 생각을 많이 하고 코치님, 형들과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서 좋은 경기를 했다”며 오랜만에 밝게 웃었다.
허웅이 잘한 이유는 또 있다. 허웅은 며칠전 재발매된 신상농구화 ‘코비6 그린치’를 신고 뛰었다. 일반인들은 희박한 확률의 추첨에 당첨되거나, 큰 웃돈을 줘야 구할까 말까 할 정도로 농구화의 명품이다.
허웅은 “이 신발은 항상 예전부터 신었던 신발이다. 신인때부터 코비만 신었다. 좋은 신발을 신게 돼 기분이 좋다. 구하기 어려운 신발인데 주변에서 팬들도 구해주신다. 항상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농구선수 허웅에게 코비 브라이언트는 영웅이었다. 지난해 1월 코비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허웅도 충격이 컸다고. 그는 "농구하는 선수로서 마음이 아팠다. 저도 중고등학교때 코비 영상을 보면서 따라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코비 신발을 신고 뛰는 것이 선수로서 영광”이라 밝혔다.
코비는 세상을 떠났지만 허웅처럼 전세계의 유망한 농구선수들이 여전히 코비의 신발을 신고 뛴다. 선수들은 아직도 ‘코비처럼 뛰고 싶다’며 열심히 코트를 누비고 있다.
허웅은 1월 4일 마감되는 올스타 팬투표에서도 총 2만 6058표를 돌파해 전체 2위로 치고 올라섰다. 1위인 동생 허훈(2만 7434표)도 추격 가시권에 있다. 허웅은 팬들에게 ‘커피차’를 쏘기로 올스타 공약을 걸었다.
허웅은 “내가 커피차를 쏘고 (김)종규형이 샌드위치를 쏜다고 했다. 내가 좀 더 잘하면 팬분들이 더 좋아하셨을 것이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서 팬들에게 죄송하다. 항상 힘이 되어주셔서 팬들을 위해서라도 분발하겠다”며 팬들을 먼저 생각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