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 없다" VS "세 번은 안 당해"…유원상-민상, 형제가 그리는 2021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21.01.02 19: 03

"아, 삼진 잡았어야 했는데." (KT 유원상), "삼진 당할 공이 아니었는데요." (KIA 유민상)
2020년 5월 2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맞대결. KIA가 3-0으로 앞선 7회초 주자 1,2에서 KT는 투수 유원상(35)을 올렸다. NC 다이노스에서 방출된 뒤 KT 유니폼을 입은 유원상의 시즌 첫 경기였다.
첫 타자 최형우에게 안타를 맞으며 아쉬움을 삼킨 유원상은 다음 타석에서 익숙한 얼굴을 만났다. 바로 3살 터울의 동생 유민상(32)이었다. 2구 연속 볼을 던진 유원상은 세 번째 공으로 헛스윙을 이끌었다. 이후 3볼로 카운트가 몰렸지만, 5구 째로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사진] KT 유원상(좌)- KIA 유민상(우) / OSEN DB

KBO리그에서 형제의 맞대결은 역대 두 차례 밖에 없던 진풍경이었다. 1호 형제 투타 대결은 1995년 9월 5일 투수 정명원(태평양)과 타자 정학원(쌍방울)의 대결로, 유원상-유민상 형제는 역대 두번째로 이름을 남겼다.
약 2주 뒤인 두 번째 맞대결에서도 승자는 유원상이 됐다. 이번에는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2020년 형제의 승부는 2타수 무안타로 형 유원상의 완승으로 끝났다.
형제간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유원상은 미소를 지었다. 유원상은 "당시 KT 첫 경기였는데, 불펜에서 몸을 풀 때부터 의식이 되긴 했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상대편 선수이니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라며 "마운드에서 (유)민상이 얼굴은 안 보려고 했다. 동생이 특히나 웃는 얼굴이라 보면 웃음이 나올 거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유)민상이도 봐주지 않고 하려고 했던 거 같다. 경기가 끝난 뒤 홈런을 치려고 했다는 등 아쉬워하더라"라며 "두 번 다 이겼지만 뜬공이었다. 내년에는 삼진을 잡아보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민상도 지지 않는 입담으로 맞섰다. 유민상은 '형이 삼진을 못잡아서 아쉬워 하더라'는 이야기에 "삼진 당할 공이 아니었다"고 받아치며 "어떻게 하면 혼을 내줄까라는 생각으로 큰 거를 치고 싶어서 힘이 들어갔다. 치는 타이밍이나 포인트는 괜찮았는데 힘이 들어가 팔이 벌어져 빗맞았다"고 아쉬워했다. 아울러 그는 "작년에 두 차례 대결에서 모두 진 만큼, 올해에는 꼭 형을 상대로 안타를 치겠다. 2군에서는 적시타를 친 경험이 있으니 그 때의 경험을 살려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KT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진행됐다.6회초 KT 유원상이 KIA 유민상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그라운드에서는 치열한 승부가 있었지만, 프로에서 첫 만남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유원상은 "2군이 아닌 1군에서 처음으로 붙었는데, 앞으로도 많이 있었으며 좋겠다"라며 "둘 다 좋은 활약을 하면서 1군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 또 만났으면 좋겠다. 우리 뿐 아니라 야구인 2세의 맞대결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민상 역시 "9년 만에 프로에서 형을 상대했는데 뜻깊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새해를 맞이한 만큼, 서로의 덕담도 오갔다. 유원상은 "(유)민상이가 잘하다가 여름이 지나면서 체력이 떨어진 거 같았다. 첫 풀타임이니 본인도 많이 느꼈을 거 같다. 꾸준함이 중요한 만큼, 어느 포지션이든 그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동생의 활약을 기원했다.
유민상도 "형이 작년에 KT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앞으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선수 생활 마무리를 화려하게 잘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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