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무(40, SK)는 D리그에서 통곡의 벽이었다.
서울 SK는 4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개최된 ‘2020-2021 KBL D리그 1차대회 챔피언결정전’에서 상무를 82-81로 물리치고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SK는 D리그 180연승 및 우승에 도전했던 상무의 아성을 넘었다. 상무가 D리그에서 패한 것은 무려 11년전 D리그 창설 후 처음이다.
상무는 전역예정자인 정효근 등이 빠져 정상전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프로농구에서 내로라하는 최정예 선수들이 모두 모인만큼 우승이 당연시됐다. SK 역시 5일 1군 경기를 앞두고 있어 주축으로 올라선 신인 오재현 등이 빠졌고, 7명으로 엔트리를 구성했다.

상무에서 강상재가 에이스 역할을 했다. 경기초반 정성호의 슛이 잘 터지면서 상무가 기선을 잡았다. SK는 베테랑 변기훈, 김준성, 송창무가 중심을 잡았다. 1군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김준성은 화려한 개인기와 슈팅으로 21점을 폭발시켜 MVP에 선정됐다.
가장 큰 차이점은 송창무였다. 203cm/116kg의 당당한 체격으로 외국선수까지 수비하는 송창무를 상무에서 감당할 선수가 없었다. 박봉진, 김진용이 돌아가며 송창무를 상대해봤지만 무리였다. 송창무는 적어도 D리그에서 오세근과 이승현이 부럽지 않은 공수 맹활약을 펼쳤다.
높이와 파워를 앞세운 송창무는 공격에서도 맹활약했다. 골밑에서 거의 공을 잡으면 한골이었다. 상무가 어설프게 송창무를 막았다가 바스켓카운트까지 허용했다. 송창무는 4쿼터 중반까지 11개의 야투 중 10개를 넣으며 24점을 몰아쳤다. SK가 75-71로 앞서 승기를 잡은 순간이었다.
송창무는 종료직전 김준성과 극적인 2대2 플레이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이날 송창무는 26점, 7리바운드, 1스틸로 우승의 주역이었다. 12개의 야투 중 11개를 적중시켜 성공률이 92%에 달했다. 자유투도 5개 중 4개를 성공했다. 26점은 송창무의 프로데뷔 후 최다득점이다. 송창무의 1군 최다득점은 2018년 12월 15일 오리온전에서 넣은 23점이다.

우승 후 크게 기뻐했던 송창무는 막상 인터뷰를 청하자 표정에 미안함이 묻어나왔다. 부대장 앞에서 우승에 실패한 상무 선수들의 표정이 굳었기 때문이다. 송창무는 “내가 오늘 26점이나 넣었나? 몰랐다. 팀이 많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D리그를 우승해서 기쁘다. 그동안 부상으로 보탬이 되지 못해 죄송했다. 나도 상무시절에 연세대에 패해 봐서 지금 후배들이 어떤 분위기일지 잘 안다. 전역자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웃었다.
송창무는 명지대시절부터 김봉수와 ‘공포의 트윈타워’를 구축했다. 적어도 국내선수 중 파워에서 송창무를 이길 선수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송창무는 특급센터를 감별한다는 의미로 ‘감별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수비가 좋은 송창무를 뚫지 못하면 일류센터는 될 수 없다는 최고의 찬사다. 잇따른 연승으로 우승이 당연시돼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었던 상무도 송창무에게 혼쭐이 났다.
D리그에서 무톰보가 아닌 샤킬 오닐 같다고 칭찬하자 송창무는 “아니다. 하하. 후반 체력이 떨어져 힘들었다. (김)준성이가 마지막 패스를 줄지 말지 고민했던 것 같다. 패스가 늦게 들어와서 ‘잡을 수 있을까?’했는데 다행히 골로 연결했다. 감별사라는 말도 과찬”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가 강자라는 말이 있다. 1982년생인 송창무는 새해 마흔살이 됐다. 동기들이 대부분 은퇴해 코트를 떠났지만 송창무는 철저한 몸관리로 살아남았다. 비록 1군무대서 빛난적이 별로 없는 송창무지만 D리그에서 SK의 우승에 기여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유감없이 증명했다.
송창무는 “경기 전 김동우 해설위원이 와서 ‘현역으로 뛰는 네가 부럽다'고 하시더라. 언제까지 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오랫동안 뛰고 싶다. 문경은 감독님에게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새해 다짐을 했다. / jasonseo34@osen.co.kr